김민국 VIP운용 대표 "공모펀드로 가치투자 입증…퇴직연금도 공략"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23.02.12 10:38

13일 첫 공모펀드 출시…"투자 용기 낼 시점"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가치투자'를 증명하는 삶을 살았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투자 동아리 스믹(SMIC) 3기로 활동한 김 대표는 같은 동아리 최준철 대표와 함께 '대학투자저널' 신문을 창간하고, 가치투자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대학생 때부터 숨은 가치주를 발굴하고, 주주총회에 참여해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여러 안을 제시하는 등 주주행동주의를 실천하기도 했다. 대학졸업 후에 김 대표는 최 대표와 손을 잡고, 자본금을 모아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사명에 '가치투자 개척자(Value Investment Pioneer)'라는 의미를 담을 만큼 가치투자에 진심이었다.

이후 VIP투자자문은 가치투자의 진가를 입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창업 15년 만인 2018년 VIP자산운용사로 전환했고, 현재 운용자산 규모는 약 3조원을 웃돈다.

대표 사모펀드인 딥밸류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 설정일(2020년 3월3일) 이후 293%를 기록했고, 코어밸류 펀드는 설정일(2020년 3월11일) 이후 259%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처럼 가치투자의 성과를 입증한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공모인가를 받고 공모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동아리를 하면서 가치투자를 알리고 싶었고, 투자자문사, 사모펀드 운용사를 운영하면서 가치투자가 통한다는 것을 수익률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임 5억원, 사모펀드 3억원 등 그동안 높은 가입 허들 때문에 많은 고객들과 가치투자에 따른 과실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며 "20년간 쌓은 노하우를 통해 공모펀드 시장에서 가치투자를 대중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VIP자산운용은 13일부터 23일까지 첫 공모펀드인 'VIP 더 퍼스트 펀드(VIP The First 펀드)'의 일반 투자자를 모집한다. 300억원 한정판으로, 최대 가입 금액은 3억원으로 제한된다. 운용 기간은 1년10개월이다.

민간 공모펀드 중 최초로 손익차등 기능이 적용됐다. 손실 발생 시 10% 한도까지 운용사 자기자본이 손실을 먼저 인식하고, 수익이 15% 날 때까지 운용사가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다.

첫 공모펀드 출시를 앞둔 김 대표를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VIP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났다.

-공모펀드 시장 진출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는 마음으로 2003년에 투자자문사를 창업했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고 나니 소수의 투자자만 상대할 수 있었다. 가치투자를 대중을 상대로 알리고 싶었는데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 가입 금액 제한 등 허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를 낮추고, 사람들이 가치투자의 맛을 볼 수 있는 공모펀드를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시장이 커지는 추세인데 공모펀드를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VIP 더 퍼스트 펀드를 만들고, 출시하는 것 자체가 그러한 물음들에 실적적으로 답을 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펀드나 주식 투자를 한 투자자들 40~50%가 여전히 손실을 본 상태일 것이다. 그런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이나 공모펀드에 진입할 때 손익차등 펀드인 VIP 더 퍼스트 펀드가 일종의 마중물 내지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VIP 더 퍼스트 펀드에 손익차등 구조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투자자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투자하기 망설이는 투자자들에게 10%를 보장해준다고 한다면 해당 펀드가 투자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식은 떨어졌을 때 사고, 오르면 팔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반대로 많이 한다. 주식이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봐 있는 주식을 처분하고, 많이 오르면 빚을 내서 산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 싶었다.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많이 떨어져있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손실을 일부 감당해줄테니 용기를 내서 주식을 사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다. 용기를 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선순환을 타면 가치투자와 주식투자에 대해 더 믿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투자하기 알맞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증시 밸류에이션이 바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릎 근처는 되는 것 같다. PER(주가수익비율) 3~4배 정도인 종목들도 많고, 여전히 싼 종목들도 많다. 용기를 내볼만한 시점이다. 지금은 금리가 성장률보다 높은 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수요도 눌려있는 상태다. 이런 시기에도 잘 버틸 수 있는 경쟁력있는 회사를 고르면 억눌렸던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구간에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 과거에도 VIP자산운용은 이런 구간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냈다.

-두 번째 공모펀드 상품도 준비 중인가?

▶다음 달말 출시를 목표로 후속 공모펀드를 준비 중이다. 1호 공모펀드는 손익차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폐쇄형이자 단위형 펀드라 장기수익률 제고에 적합한 적립식이나 연금불입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대신 2호 공모펀드는 롱온리 펀드로, 언제든지 설정·환매가 가능한 장기투자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퇴직연금 시장도 진출할 계획인가?

▶2021년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펀드는 6조원 이상 순증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실적 배당형 연금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믿고 맡길만한 검증된 펀드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퇴직연금에서 ETF 매매가 가능하지만, 성과는 그렇게 높지 않다.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시장이 잘돼있어 은퇴하고 부자가 될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함께 노력하고 싶다. 퇴직연금은 좀 더 장기적인 성격을 띠는데 VIP자산운용은 20년 동안 계속해서 수익을 냈고,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 특히 VIP자산운용 펀드는 회전율이 55% 정도로 낮고, 장기 성과가 높다. 이러한 성격과 운용 스타일이 퇴직연금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투자하면서 가장 큰 재미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회사의 장점을 먼저 찾고, 이후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다. 그 간극 때문에 조금씩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재미를 찾다가 동아리에 들어갔고, 이후 투자가 직업이 됐다. 계속해서 결과를 내며 과정을 입증했고, 조용한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을 바꾸고 사회적 의무를 다했다. 덕분에 아무것도 없던 투자자문사에서 성장해 사모펀드 시장으로 진입했고, 선두권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VIP자산운용은 아직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신생 회사이지만 지금까지처럼 계속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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