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vs 이보영, 여성 서사의 메이저리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3.02.09 11:24
전도연(왼쪽) 이보영, 사진제공=tvN,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여성 서사가 사랑받으면서 안방가에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요즘 tvN '일타 스캔들'에는 전도연이, JTBC '대행사'에는 이보영이 출연한다. 1997년 영화 '접속'을 시작으로 '내 마음의 풍금' '해피 엔드' '너는 내 운명' '밀양' 등의 영화부터 드라마 SBS '별을 쏘다' '프라하의 연인', tvN '굿와이프'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히트작을 내놓았던 전도연이 여성 서사의 메이저리거라면 2012년 KBS2 '내딸 서영이'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tvN '마더'와 '마인'을 통해 영역을 넓힌 이보영은 뒤늦게 같은 리그에 올라와 신망받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그러나 좀처럼 대체불가한 영역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 두 배우의 현재 출연 작품인 '일타 스캔들' '대행사' 속 면면을 들여다봤다.


꽃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vs 커리어우먼 룩과 명품백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은 반찬을 만들면서 깔끔한 차림새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편안하지만 활기를 갖춘 캐주얼 복장을 입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기에도 편하고 활동하기에도 편안한 복장이라는 사실이다. 상의는 팔소매를 걷어붙이기 좋은 재질을 주로 입고 하의는 너무 핏하거나 헐렁하지 않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165cm의 키에 뼈대가 가늘고 마른 전도연은 무엇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체격에 소녀같이 말간 미소를 지녔다. 그래서 '일타 스캔들'에서 즐겨 입는 꽃무늬 티셔츠나 청바지, 화려한 곱창 밴드로 묶은 펌 헤어스타일이 꽤나 잘 어울린다. 사랑스럽고 캐주얼한 느낌이라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스타일이지만, 막상 도전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반면 '대행사'의 고아인(이보영)은 광고대행사 간부답게 커리어 우먼들의 각 잡힌 페미닌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168cm의 늘씬한 체격을 지닌 이보영은 화이트와 블랙은 물론 빨간 색상의 과감한 슈트와 아찔한 하이힐, 손에 자연스럽게 들린 명품백으로 도회적이면서도 일의 성취가 뚜렷한 여자의 느낌을 소화한다. 턱끝에 맞춰 자른 칼단발도 이지적인 분위기를 배가한다. 젠더리스룩이 최근 몇년 사이 유행으로 떠오른 이후 '슈트핏'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로망을 일으키는 룩이다. 그러나 덥석 도전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최양락존'이라고도 불리는 저 칼단발은 이보영이기에 멋질 따름이다.


전도연(왼쪽) 이보영, 사진제공=tvN,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영세한 자영업자 vs 능력 출중 대기업 상무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행선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국대 출신'을 자부심으로 여기며 가게 이름도 '국가대표 반찬가게'로 지었다. 한 분야의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만큼 청렴과 성실이 미덕인 사장이다. 조미료 없이 맛있고 건강한 반찬을 만들며,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일반 상식은 좀 부족하지만 음식을 만들 때만큼은 프로페셔널하다. 맛은 기본이요 정성은 덤이다.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찾는 손님이라면 스쿠터를 타고 배달도 직접 나선다. 임대료에 재료비에 딸과 남동생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늘 돈에 허덕이지만 손님 앞에서만은 항상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고아인은 대기업 광고대행사 VC기획의 첫 여자 상무다. 성별뿐만 아니라 명문대를 나온 동료들과 달리 지방 국립대 출신이라는 점이 회사 생활 내내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성별과 학력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남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집요하게 연구하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유리천장을 보란듯이 깨트렸다. 감정 없는 기계처럼 일만 했고, 덕분에 PT 성공률, 연봉상승률, 성과급, TVCF 평가점수, 판매 상승률, 업계 1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돈과 성공에 미친 '돈시오패스'라는 별명도 그에겐 시덥잖은 남의 말일 뿐이다. 행선과 아인이 보다 호감형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직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덕분이었고, 그로 인해 작품은 휘발되지 않는 여운을 안기고 있다.



전도연(왼쪽) 이보영, 사진제공=tvN,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사랑이 전부인 여자 vs 일이 전부인 여자


가족을 돌보느라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을 때, 고비마다 주저앉아 울 여유가 없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다음을 생각했다. 행선에게 사랑이란 상대에 대한 책임이다. 피끓게하던 커리어를 포기하고, 유부녀 행세를 해가면서 그는 가족을 위한 선택을 했다. 온통 책임만이 가득한 행선은 그래서 사랑이 전부인 여자다. 그리고 사랑으로 발아한 주변의 평안을 지켜보며 행복을 느끼는 여자다. 요즘 세상에 있을까 싶을 이타심을 지닌, 그래서 우정 이상의 마음을 나누는 절친 영주(이봉련)를 부럽게 만든다.


아인의 기나긴 밤을 함께하는 건 술과 약뿐이다. 성공만을 위해 달렸고 때문에 누구에게도 제 곁을 내주지 않았다. 부모의 부재로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먹으면서 자란 아인은 일로 성공할 결심 하나로 버텨왔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을 만큼 성공한 삶,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아도 되는 자립적인 삶. 아인에게 일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건, 사람에게 받은 상처의 방패막이다.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각박하게 굴지만 속은 상처투성이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날부터 사람에 대한 증오로 뒤덮인 그의 인생은, 성취가 뚜렷한 커리어를 향해 폭주하듯 달렸다. 공황과 불안장애, 우울, 강박으로 인해 약을 달고 살면서도 아인은 일을 향해 끊임없이 집착한다.


전도연(왼쪽) 이보영, 사진제공=tvN,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사랑스러움 vs 카리스마


행선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손님에게도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늘 아낌없이 퍼주고 표현하며, 웃음이 헤프다 생각될 정도로 미소를 남발한다. 튼튼한 건치를 자랑하는 환한 미소는 사랑스럽다는 말의 어원을 실감하게 한다. 반면 아인은 타인에게 뾰족한 성미를 숨기지 않으며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깊은 관계를 기피하고 스킨십을 불편해하며 예민한 동시에 타인에게 무신경하다.


행선과 아인은 극과 극이라 해도 될 만큼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행선은 사람에게 뜨겁고, 아인은 커리어에 뜨겁다. 사랑스러움과 카리스마라는 대조되는 성격을 지녔지만, 마음 품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뜨거움'의 열기가 같다. 그렇게 뜨거운 두 캐릭터의, 혹은 전도연과 이보영이라는 배우 각각의 매력이 드러나면서 여성 서사는 커다란 호감과 신뢰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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