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는 주식, 채권,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해 소유하는 것을 뜻한다. 유가 증권과 동일하게 증권형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금, 분배금, 이자 수취 등이 가능하다. 증권사들이 STO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STO가 유가증권과 비슷한 성격을 가져서다.
일부 증권사들은 STO 유통·발행이 허용되기 이전부터 대비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초 STO 관련 TF(테스크포스)를 만들었다. 한국토지신탁과 MOU(업무협약)를 맺고, 신탁수익증권 방식 STO솔루션 제공과 계좌관리기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SK C&C와 플랫폼 구축을 준비해 올해 상반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인 '영웅문s'에서 STO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인 펀블과 카사코리아, 음악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 9곳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이달 민간 협의체를 구성했다. 대신증권은 이달 계약 종료를 목표로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STO도 결국 증권"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증권이 나오고, 조각투자사들도 규제체계에 편입되는 만큼 투자 중개 또는 투자 매매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들이 시장 주요 참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TO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 나올 경우 증권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늘어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부동산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한국 부동산 공시지가 합계는 7155조원이고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1조400억원까지 성장했다"며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가 합법화된다면 상품 공급과 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STO를 통해 증권사들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증권사 MTS를 통해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이에 관심 있는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고, 예수금과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토큰 유통 수수료로 얻는 단기적인 수익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인 고객 확보 효과는 클 것"이라며 "MTS 방문이 늘어날수록 주식 매매 유도, 금융상품 판매, 마이데이터 연계 등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증권사들이 어떤 기초자산을 조달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체 발행한 STO 상품은 해당 회사의 플랫폼에서만 거래하도록 제한할 수 있어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능력이 STO 시장에서 증권사 간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과 규제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STO 시장에 너무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ST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 상당한 거래량이 필수적"이라며 "가격 반영 효과가 없다면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상업용 부동산 조각 플랫폼 기업들도 적은 거래량으로 신규 트래픽 유입이 둔화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STO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아직 사업성 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며 "보다 시간을 가지고 침착하게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