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하 탄핵안)이 8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국무위원 탄핵안을 가결한 것은 75년 헌정사상 처음이다. 거대 야당이 국회 다수의석을 장악하고 정부·여당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여당은 "반헌법적 폭거이자 의회주의의 파괴"라고 강력 반발했다. 대통령실 역시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야당은 향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 급랭이 우려된다.
국회는 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안을 재적인원 299명 중 293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179표·반대 109표·무효 5표로 가결했다.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국무위원에 대해 탄핵안 가결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2019년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국무위원에 대해 탄핵안 발의가 있었지만 모두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이 장관을 대상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6일 탄핵안을 발의했고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 제안설명에 나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거리를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희생자들은 목숨을 잃었다"며 "이 장관은 재난 예방 및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공직자로서 성실 의무를 위반한 책임, 국회 위증, 유족에 대한 부적절 발언, 2차 가해 등의 탄핵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오늘 저지른 일은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반헌법적 폭거이자 의회주의의 파괴"라며 "오로지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피해 볼까 하는 꼼수의 연속"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이만희 의원은 "이 시각부터 장관 권한이 정지되고 많은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탄핵안 가결 직후 공지문을 통해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국회 회의실에서 이 장관 탄핵안 투표를 지켜본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만약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했다면,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제라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의 결정으로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법에 정해진 심판 기간은 180일이며 재판관 9인 가운데 6인 이상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이 장관의 업무는 한창섭 차관이 직무대리 형식으로 이어받게 될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 안전 공백 상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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