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다. 첩보 외에 공격용 무기로도 쓰였다. 일본은 1944년 11월부터 1945년 4월까지 폭탄을 실은 수소 풍선 9000여개를 미국으로 날려 보냈다. 이 풍선들은 제트기류(지구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 형성되는 강한 공기의 흐름)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본토에 도달한 풍선은 전체의 3% 수준인 300개에 불과했다. 이 중 오리건주 산에 추락한 풍선 폭탄이 폭발해 민간인 6명이 숨졌지만 풍선 규모에 비하면 파괴 효과는 크지 않았다.
냉전 시대에도 스파이 풍선은 자주 목격됐다. 인공위성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지상 가까이에서 목표물을 탐색할 수 있어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이 풍선을 띄웠다. 첩보 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찰 풍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듯했다. 그런데 최첨단 기술 시대에 때아닌 아날로그 정찰 풍선으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하다.
미국 국방부는 이달 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인근 해역 상공에서 중국이 날려보낸 정찰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은 본토 상공에서 발견되기 전부터 이 기구를 추적했지만,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해 대서양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F-22 스텔스 전투기를 띄워 미사일을 쐈다. 문제의 풍선이 몬태나주의 핵미사일 기지 인근을 비행한 만큼 군사 정찰용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는 명백한 주권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봤다.
미국 정치권에선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군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의 풍선이 자국 상공에 도달하기 전부터 추적 관찰했고, 해안으로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요격했음에도 안보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대목에서 지난해 12월 말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등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된 서울 곳곳을 정찰하고 유유히 돌아간 충격적인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우리 군은 무인기를 제대로 요격도, 격추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사건 발생 9일이 지난 뒤에야 대통령에게 늦장 보고를 했다. 유사시 국가와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군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이야말로 뻥 뚫린 안보 구멍을 막을 결연한 조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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