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13년' 시리아, 대지진까지…병원도 못가고 난민캠프에 묻혔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3.02.08 14:42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오랜 내전을 겪은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부상자들이 밀려들면서 병원들은 이미 과부하 상태다. 구호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은 지진으로 인해 막혀 물자 공급도 어렵다. 내전과 경제위기 등으로 가뜩이나 커진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7일(현지시간) 시리아 진데리스에서 주민들과 유가족들이 강진 희생자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환자로 가득한 병원, 시신은 집단 매장


7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에선 정부와 반군 통제 지역을 합쳐 최소 203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4000명을 넘는다.

시리아의 병원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내전으로 인해 병원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다친 사람들은 갈 곳을 잃었다. 국제구호위원회(IRC)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시리아 의료 시설은 전체의 45%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운영되던 대형 병원들 일부도 지진 피해를 입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IRC는 "시리아의 의료 시스템이 쇠퇴해 이 정도 규모의 재난엔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안젤라 키니 시리아 알레포 주재 유니세프 대표는 CNN에 "시리아 병원은 외상, 골절, 열상을 입은 환자로 가득 차 있다. 지진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리아 이들리브의 자원봉사자인 사이드 알 사이드는 프랑스24에 "5층 건물이 무너져 30여명이 숨졌는데, 이들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지 못하고 난민 캠프에 묻었다"며 "입원한 부상자가 2000명이 넘어 병원이 꽉 찼다. 더 이상 다친 사람들을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구조대원이 시리아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AFPBBNews=뉴스1


오랜 내전, 시리아 고통 더 키웠다…"사망자 더 늘 것"


설상가상으로 국제사회가 시리아로 구호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인도적 지원 통로도 막혔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 비정부기구(NGO)들은 '바브 알하와'를 통해 튀르키예를 거쳐 시리아로 구호물자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이번 강진으로 바브 알하와 인근 도로들이 파손되면서 구호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바브 알하와의 국경 검문소도 전날 양방향 모두 폐쇄됐다. 튀르키예 남부 병원이 시리아 측 부상자를 수용했지만, 국경이 닫히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들리브의 한 간호사는 "국경이 닫히면 우리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다른 나라나 유엔으로부터 어떠한 원조도 받지 못했다. 자원 부족으로 잔해 속에서 사상자를 찾는 작업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독재 정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시작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군으로 나뉘어 13년째 교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2014년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를 공습하며 내전에 개입했고, 뒤이어 러시아가 2015년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나서면서 내전은 강대국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만 30만명 이상이다. 오랜 전쟁으로 전력이 끊기고 도로가 마비되는 등 주요 인프라 시설도 파괴됐다. 유엔에 따르면 지진 이전에 이미 시리아 인구의 70%가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리아계 미국인 의료협회재단의 바히드 타잘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와 시리아 모두에 재앙적이지만 시리아는 더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튀르키예는 잘 조직된 정부가 대응에 나서는 반면 시리아는 대부분을 NGO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의 인명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차례의 강진이 강타한 뒤 여진이 이어지면서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낮은 기온 탓에 '골든타임'도 길지 않은 상황이다. 시리아 반군 측의 민간 구조대인 '화이트 헬멧'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잔해 아래 수백 가구가 깔려있어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튀르키예의 희생자 규모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5894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도 사망자가 수천 명 단위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총사망자가 최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피해가 큰 10개 주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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