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안 볼란다"…손정의, 日소프트뱅크 실적발표 첫 불참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3.02.07 10:43

'비전펀드' 실적 악화에 투자자 불만 폭발 예상…
손 회장의 실적발표 현장 불참은 회사 설립 후 처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AFP=뉴스1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실적발표 현장에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의 핵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일 진행될 소프트뱅크 분기 실적 발표는 고토 요시미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는다. 손 회장은 회사 설립 이후 매 분기마다 투자자들에게 직접 실적 상황을 보고하고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해 왔다.

투자자와 채권자 등이 소프트뱅크의 투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손 회장이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기 위해 실적발표 현장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투자 기업들의 가치 하락으로 4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망 기술기업을 발굴해 거금을 투자해 온 세계 최대 기술펀드인 비전펀드는 실적 악화에 발목이 잡혀 최근 새로운 투자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4분기 8개 기술기업에 총 21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분기당 투자 건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 비전펀드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투자 시계가 멈췄던 2020년에도 비전펀드는 분기당 10개 이상 기업에 자금을 배분했다. 규모가 정점에 달한 2021년 3분기에는 97개 기업에, 총 300억달러(약 37조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 투자 규모는 1년여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정보업체인 MTS파이낸셜의 데이비드 깁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모든 사안의 전면에 나섰던 손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번 불참은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총 책임자인 그의 생각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이 상황을 리스크로 판단할 것이고, 소프트뱅크 주식에 대한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지난해 11월 열린 실적 발표에서 손 회장의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손 회장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의 팹리스'로 불리는 ARM 기업공개(IPO)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RM은 반도체 기본 설계도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를 만들어 삼성전자·애플·퀄컴 등 세계 1000여개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다 독과점 우려에 부딪혀 팔지 못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ARM 지분 가치는 당시 주가 기준으로 400억달러(약 50조원)였다.

손 회장은 ARM 상장 후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업가치가 하락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손 회장이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ARM 지분 매각과 상장을 위한 투자 등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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