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진단키트들이 당장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정식 허가 절차를 준비해야 할 부담이 생겼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오는 5월 11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2020년 1월 31일 선포됐다. 공중보건 서비스법(Public Health Service Act)에 따라 지금까지 90일마다 연장했는데 5월 11일을 마지막으로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정부 주도의 백신·치료제 공급이 중단된다. 코로나19 검사와 치료제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가격은 4~5배가량 크게 오른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도즈당 26달러에 구매하여 공급했으나 계약이 중단됨에 따라 제약사가 가격을 110~130달러로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 공급이 종료되면서 코로나19 백신 시장은 민간에 개방된다. 민간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존 트리지노(John Trizzino) 노바백스 최고 비즈니스책임자(CBO)는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시장 잠재력을 연간 150억~180억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 구매 모델에서 민간 시장으로 전환한다면 노바백스가 점유율 25~30%를 차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방형 시장은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스카이코비원)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노바백스와 백신 CMO(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노바백스 백신의 시장 침투력이 확대되면 CMO 재계약이 가능하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직접 민간 백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박송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다른 mRNA 백신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FDA는 2021년 진단키트 등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의료기기 제품의 정식 승인 전환 가이던스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에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 시 긴급사용승인 제품 처분에 관한 FAQ'를 공개하는 등 실제로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와 긴급사용승인 취소 시 초래될 업계 혼선을 방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다만, 당장 5월 11일부터 긴급사용승인이 취소되는 건 아니다. 미국 보건부 장관이 별도로 긴급사용승인을 종료한다고 선언해야만 효력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긴급사용승인 취소 공지 이후 실제 집행까지 180일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센터장은 "FDA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사들이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계속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식 승인을 받을 것을 독려한다"며 "이미 배포된 진단키트 라벨링 변경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기업들은 긴급사용승인 종료에 대비해 정식 승인 절차를 밟을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진단키트 업체 관계자는 "FDA 방침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고 있다"며 "긴급사용승인이 취소되고 정식 승인 절차가 열리게 되면 당연히 준비해서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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