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5월22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을 맞아 서울시에 하달(?)한 구두 지시다. 지방자치가 도입되기 전인데다 서슬퍼런 군부독재로 대통령의 한마디가 법보다 무섭던 때였다. 대통령이 임명한 서울시장은 당장 특별조치로 다음날부터 경로우대증이나 신분증을 제시하는 65세 노인들의 지하철 요금을 면제했다. 이렇게 시작된 지하철 무임승차는 40여년 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최근 난방비 폭탄으로 촉발된 공공요금 부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대중교통요금 인상의 마지막 키로 급부상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불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폈다. 그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하철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임승차 손실액 보전을 중앙정부(기획재정부)에 촉구해온 그가 오는 4월 인상을 예고한 대중교통요금과 연계해 전선을 확대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연말 여야 양당 간에 거의 합의에 가까운 입장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무임수송 손실 보전을 지원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 끝까지 반대를 했다"고 기재부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공공요금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경제 운영 기조에 다소 무리가 생긴다고 판단해 생각을 바꾼다면 지금 논의되는 (대중교통) 인상 요금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국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무임승차 연령 상향으로 이 논쟁을 끌고 갔다. 지난 2일 전국 최초로 대구 거주 7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 시행을 알리며 "도시철도도 70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 그는 "유엔 발표 청년 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이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한다"며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야당을 대표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힘을 보탰다. 그는 "정부와 국회 등이 주도해 무임승차의 적용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거나 출퇴근 시간대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적 방안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며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부담으로 하는 PSO(공익서비스의무)법이 통과되면 시민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지적했다. PSO법은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용 정부 보전을 위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이다.
정작 당사자인 기재부는 "지자체의 결정사항으로 정부 지원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연일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여론의 추이만 살피는 모양새다. 하지만 갈수록 서민들의 물가 부담은 가중되고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마저 예정된 상황에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보전이든 연령 상향이든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 마련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불가피하다. 이제 미래세대 부담을 덜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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