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별세 英여왕, 호주 '5달러'서 빠진다…군주제 논쟁 재점화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3.02.03 15:21

엘리자베스 사망 이후 공화국 지지자들 촉구…호주 원주민 상징 이미지로 대체 예정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초상화가 담긴 호주 5달러 지폐/사진제공=게티 이미지
영연방 왕국에 소속된 호주의 5달러 지폐에서 고(故)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얼굴이 사라진다. 영국 군주의 초상화 대신 호주 원주민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화폐 디자인을 바꾸기로 한 것.

호주연방준비은행(RBA)은 2일(현지시간) 영국 찰스 왕세자가 호주 5달러 지폐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분홍색 폴리머 화폐를 호주 원주민 공동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화폐 디자인은 RBA가 원주민 지역사회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기존 5달러 지폐는 디자인 변경 시까지 몇 년간 그대로 유통된다. RBA가 아닌 조폐국이 관리하는 동전에는 영국 군주의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포스트-엘리자베스' 시대의 호주가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움직임"이라며 "수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의 토착 유산과 문화를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망 이후 호주의 공화국 지지자들은 5달러 지폐에서 영국 군주의 얼굴을 제외하자고 촉구해왔다. 영국 군주는 호주의 공식적 국가 원수로 남아있고 영국의 총독을 임명한다. 호주의 왕실 대표로도 활동한다.


입헌군주제 폐지 지지자들은 여왕의 사망을 호주 정치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결정적 계기로 봐왔다. 지난해 취임한 앤서니 알바네세 총리의 노동당 정부 하에서 호주와 영국 간 마지막으로 남은 식민지 관계를 해소하자는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호주는 앞서 1999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55%가 공화국이 되자는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여왕의 죽음이 호주에서 군주제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자유당의 피터 더튼 대표는 "화폐에서 군주의 이미지를 대체하는 것은 호주의 '침묵하는 다수'를 화나게 할 것"이라며 "우리의 시스템, 사회와 제도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반대했다.

한편, 영국 왕실은 호주 파운드화 시대 화폐에 처음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는 1953년 호주 1파운드 지폐에 처음 등장했고 1966년 십진법이 시행된 후 호주달러 지폐로 옮겨졌다. 이어 1992년 동전으로 대체되고 다시 5달러 지폐에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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