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무원까지 "이 월급으로 못살겠다"…영국서 대규모 파업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3.02.02 15:38
영국에서 1일(현지시간) 12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이 벌어졌다. 50만명 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와 정부를 향해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에 걸맞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워털루역이 파업으로 텅 비어 있다./사진=AP=뉴시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파업엔 공공부문 각계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교사 30만명과 공무원, 기관사, 버스 기사, 대학교 강사와 직원, 박물관 직원 등이 포함됐다. 이번 파업으로 영국 전역에서 수만개 학교가 문을 닫았고 여행과 교통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대영박물관도 하루 문을 닫았다.

이처럼 광범위한 파업은 100만명 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연금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파업을 벌인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간호사와 소방관 등 다른 분야 노동자들의 파업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노조마다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달랐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건 공통점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교사 노조는 2010년 이후 실질 임금이 23% 하락했다며 인재 이탈로 인한 교육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영국의 12월 물가상승률은 10.5%로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시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식료품 물가상승률은 22일까지 16.7%에 달한다고 CNBC는 전했다. 올해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이 올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시위대가 손팻말 등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폴 노왁 영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수년 간 간호사와 교사, 공무원 수백만명의 생활 수준이 악화했다"며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한다. 급격한 임금 인상 땐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시 수낵 정부는 또 공공부문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면 다른 부문에서 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리시 수낵 총리는 "파업보다는 협상이 올바른 접근법"이라며 일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파업이 계속되자 정부는 보건과 교통 등의 주요 부문에서 최저 서비스 수준을 제공하도록 하는 파업 억제 법안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파업 기간에도 일부 근로자는 업무를 거부할 경우 해고될 수 있다.

노조 측은 정부가 협상을 거부한 채 노동자들만 압박하면서 파업을 중단시킬 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항의한다. 노왁 사무총장은 "정부가 우리가 수용할 만한 제안을 가지고 올 때까지 산업 불안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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