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의 미끼상품이 된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을 뜯어고친다. 올해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전세보증 가입 시 감정평가 금액을 우선 적용하던 주택가격 산정방식도 실거래가와 공시가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른바 '악성임대인'이 전세금반환보증 제도를 사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대책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주요 내용은 △보증가입 전세가율 90% 하향 △감정평가 시세 부풀리기 방지 △등록임대사업자 의무 임대보증 관리 강화 △안심전세앱 출시 △중개사·감평사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등이다.
━
보증보험 전세가율 90%로 낮춰… 기존 가입주택 중 25% 제외대상━
그동안 악성임대인이 시세의 100%까지 보증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한 사례가 많았다. 2013년 70%에 불괄했던 연립·다세대의 전세보증 기준 전세가율이 2017년 이후 100%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액은 1조2000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세사기 검거 건수도 2021년 187건에서 지난해 618건으로 증가했다. 서민 전세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무자본 갭투기, 전세사기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다.
국토부는 전세가율 기준 하향으로 전체 전세보증 가입 24만가구 중 25% 수준의 가입이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가입가구 중 상당수는 보증보험 갱신 시 기존 전세금의 10% 가량을 월세로 전환해야 재가입이 가능해진다. 집주인이 최소 집값의 10%는 전세보증금이 아닌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게끔 유인한다는 방침이다. 전세가율을 하향하는 대신 HUG의 보증 여력은 확충하기로 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하면 김씨 소유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전세가율 90% 이상은 매우 위험한 계약이라고 보고 임차인들에게 미리 경고를 하는 한편 임대인도 최소한 10% 이상 자기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감정평가 시세 부풀리기 차단… 임대사업자 의무보증 관리 강화━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보증은 강화한다. 임대사업자가 우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다고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실제로는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에는 미가입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앞으로는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을 허용하고, 공실은 등록 후 가입을 허용한다. 미가입 시에는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 등록을 제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의 전세가율 요건 조정 등 세부적인 개선방안은 보증가입 의무화가 전면 시행되기 이전인 올해 7월까지 마련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
안심전세 앱 운영…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원스트라이트 아웃' 제도━
기존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안도 내놨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낙찰받은 경우 무주택 요건이 유지된다. 다음 달부터 전세피해 임차인에게 대출해주는 저리자금의 지원 대상 요건이 보증금 3억원으로, 대출한도는 2억4000만원으로 상향된다. 또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긴급 거처를 신속히 마련해 상반기 중 수도권 공공임대 500가구 이상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한편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은 "(깡통전세 등) 전세계약이 201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집중돼 있어 전세피해 물량이 올해 가장 많고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