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폭력까지 왜 교사한테 떠넘기나" 교사들 목소리 높인다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정세진 기자 | 2023.02.05 10:00
드라마 '더 글로리' 스틸컷./사진=넷플릭스 제공
"아동학대법, 학교폭력법을 개정해 학교 붕괴를 막아주세요."

학교 밖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까지 처리해야 하는 현행법을 개정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학교 밖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무분별한 신고 탓에 본업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5일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청원24'에 따르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지난달 18일 올린 글에 이날 오전 4000여개 댓글이 달렸다. 청원 신청글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청원인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서 교내가 아닌 교외에서 발생한 피해까지 다룬다고 규정하고 있어 교사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에서 발생한 폭력뿐 아니라 학교 외에서 발생한 폭력까지 '학교폭력'으로 규정한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3년 차 교사 A씨는 "방과 후 놀이터에서 학생들이 싸움이 붙었다"며 "교사 통제를 벗어난 상황과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해자와 목격자에 기대 사건을 파악해야 하는데 학교가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2개월이 넘게 사건이 진행 중인데 담당 선생님이 곧 바뀔 거라 업무가 또 인계될 것 같다"고 했다.

정부 온라인 청원 웹사이트에 올라온 "아동학대법,학교폭력법 개정을 통해 학교붕괴를 막아주세요" 청원/사진=청원24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코로나19(COVID-19) 유행 이후 줄어들었다가 등교 재개와 함께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가 지난해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만5192건이던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2021년 2만192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8월 31일까지 1만7695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학교폭력 신고가 늘면서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조사와 분리 조치 등을 담당하는 교원의 업무도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의 지난해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보면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담당 교원은 △신고접수·대장기록·학교장 보고·가해자와 피해학생 분리 △보호자 통보·교육청 보고·가해학생 선도·피해학생 보호 △사안조사·보호자 면담·사안보고 △조사에 따른 조치 이행(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을 처리해야 한다.

현장 교원들은 담임교사가 자신의 반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사례를 직접 처리하면서 본업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B씨는 "담임교사를 했을 때는 2주에 한 번꼴로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 간 다툼을 해결해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며 "다른 학교에선 매일 전화를 받는다는 담임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장 관련 법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밖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학교와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며 "(학교폭력법에서 학교 외 폭력을 제외하는 개정은) 학생을 좀 더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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