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노키즈존 했다간 장사 접어야 할걸요?"

머니투데이 파리=최경민 기자 | 2023.02.01 06:00

[파리 다이어리] 7. 아이들 친화적 도시 - ②'노 키즈 존'에 대하여

편집자주 |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完)

지난해 12월 파리 마레지구에 마련된 프리마켓 한 편의 놀이터. 실내 가장 넓은 공간을 아이들에게 할애했다. 파리에서는 특정 장소에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당연하게 마련된다./사진=최경민 기자
파리에서 아이를 포함한 3명의 가족이 석달 동안 체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카페나 찻집(salon de the)을 자주 찾게 됐습니다. 일단 유명한 카페·찻집은 그 자체가 관광지이기도 했습니다. 또 추운 가을·겨울에 야외에서 쉴 곳이 마땅찮았던 이유도 있습니다. 파리의 경우 화장실 시설이 변변찮기 때문에 아이가 있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파리를 떠나기 직전이었던 지난달 말 어느날에도 찻집을 찾았었습니다. 그리고 귀국을 앞둔 탓인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찻집들, 대한민국이면 분명 한 두 곳은 '노 키즈 존'이었을 건데. 서울에서, 혹은 다른 국내 도시를 방문했을 때 '노 키즈 존' 때문에 애먹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이죠.

'노 키즈 존'인지도 모르고 카페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되돌렸던 기억. 혹은 방문하려고 한 식당이 '노 키즈 존'인지 부랴부랴 체크해봤던 기억.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국에서 분명 그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서구권 대부분이 그러하듯 파리에는 '노 키즈 존'이 없습니다. 이곳 카페나 식당이 그닥 친절하진 않지만, 아이가 있다고 더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 환대해주고, 주목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을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 배려까지 받는 문화가 강했던 것이죠.
파리 에펠탑 앞의 놀이터. 어른들은 낭만을 즐기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아이들의 시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에펠탑, 몽마르트, 노트르담 대성당, 생퇴스타슈 성당, 루브르 박물관 및 튈르리 정원 등 대표적 관광지에 모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죠. 랜드마크를 즐기는 것에도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한 것입니다. 임시 프리마켓이나 플리마켓이 열려도 당연히 따라오는 게 아이들 놀이시설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속에서 세대와 가족을 갈라치기 하는 '노 키즈 존'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거 같습니다.

실제 파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 조희선씨(가명)에게 이곳에서 '노 키즈 존'을 열 경우 어떤 반응이 예상되는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노 키즈 존' 식당을 듣거나 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하면 아마 식당을 운영하기 힘들지 않을까"라며 웃었습니다.

조씨는 "파리에서는 아이들도 하나의 손님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며 "식당에서 아이들에게도 각각 메뉴판을 제공한다. 모두 그렇지 않지만, 주문을 할 때 부모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본인의 메뉴를 직접 고르는 일이 많더라"고 설명했습니다.


파리에서 30여년 살며 자녀들을 키워온 백현주씨(가명)는 "프랑스 사람들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노 키즈 존'을 운영하는 업주의 '자유'도 존중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하지만 그건 또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인권' 문제라고 하면 뚜껑이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백씨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과거 아이들을 홀대하던 베이커리를 두고 주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인 적도 있다면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배척하는 차원의 '노 키즈 존'이라면 프랑스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힘을 줬습니다.

한국에 퍼진 '노 키즈 존'의 경우 아동 보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압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란스러운 아이들이 카페와 식당의 분위기를 해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고, 무리한 요구까지 한다는 것인데요.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결여된 징벌적 조치라는 비판이 따라오는 이유입니다. 육아를 징벌적으로 접근하는 문화의 산물일수도, 아니면 이런 문화를 만들어내는 매개체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백현주씨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출산율 하락(2021년 기준 0.81명)을 겪는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노 키즈 존' 같은 문화가 팽배해지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라는 거냐"고 반문했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부동산·일자리·교육 문제 등 뿐만 아니라 육아에 대한 '징벌적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죠. 아이들에 대한 존중없이, 가족과 사회가 육아의 기쁨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사회에서 제대로된 출산율이 나올리 만무하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파리 마레지구의 한 카페 모습/사진=최경민 기자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노 키즈 존'을 운영하는 업주들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프랑스 등 서구권과 대한민국은 엄연히 다른 문화권이니까요. 프랑스의 경우 카페 및 레스토랑 에티켓이 굉장히 엄격합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개념이 아니죠. 종업원과 손님의 관계는 동등합니다. 종업원이 더 셀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손님은 가게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니 에티켓 교육이 비교적 조기부터 이뤄지고, 이른바 '진상 손님'의 비중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희선씨는 "'노 키즈 존'이 절대적인, 최선의 해결방법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아이들이 아니라 일부 부모들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에 피해를 주고, 모든 책임을 업주에게만 떠넘기는 부모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로가 배려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와 관련해 좋은 문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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