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31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김 의원은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한 세액공제 지원 등이 담긴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은 용두사미가 됐다"며 향후 여당 차원의 추가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가운데 김기현 의원이 경제정책을 앞세워 '당심'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주로 야당을 향한 공격적 발언 등으로 당원들의 시선을 끌었다면 이제는 유력 당권 주자로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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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TSMC-애플-소니 손잡고 삼성 견제...야당 설득해 반도체 돌파구 마련"━
김 의원의 메시지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날 삼성전자의 충격적 실적(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9% 감소) 성적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우리나라의 수출물량과 금액 모두 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바쁜 발걸음을 정치가, 관료가 가로막고 있다"며 "정치권이 반도체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반도체가 살 수 있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를 바꾸고 야당을 설득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정치가 화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의 '반도체 드라이브'와 맥을 같이한다. 이를 통해 여권 주류를 견인하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자처하는 동시에 당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보다 한발 앞서 반도체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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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한 건설 적극 지지"...PK 표심에도 호소━
이는 자신의 뿌리인 울산을 비롯해 당 여론의 한 축을 맡고 있는 PK(부산·경남) 표심에 호소한 것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해 2030엑스포 개최 등 부산시의 여러 현안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이 전대 캠프를 꾸리고 경제 관련 메시지를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 측은 이날을 시작으로 경제성장 이슈를 꾸준히 띄워 안 의원과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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