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14년 묶인 레미콘트럭, '원희룡식 해법'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산업2부장 | 2023.02.01 03:30
지난해 전국 건설현장엔 유난히 '셧다운'(공사중단)이 많았다. 봄에는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셧다운에 나섰고, 여름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운송이 멈췄다. 곧이어 레미콘믹서트럭운송노조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가을에는 레미콘업체들이 시멘트값 추가 인상에 반발해 조업 중단에 나섰다. 겨울엔 화물연대의 2차 파업으로 건설공사가 또 곳곳에서 중단됐다.

올해는 또다른 '셧다운' 위기가 하나 예고돼 있다. 7월로 예정된 건설기계 수급조절 문제다.

정부는 영세한 건설기계 사업자들이 과잉공급으로 생계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신규등록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수급조절 제도를 2009년부터 시행 중이다. 2년 단위로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신규등록을 제한할 건설기계를 정한다. 현재 덤프트럭, 레미콘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소형타워크레인에 적용 중이다. 특히 레미콘믹서트럭은 덤프트럭과 함께 2009년 이후 14년째 신규등록이 금지된 상태다.

레미콘믹서트럭은 2만6000여대가 운행 중이다. 이중 신규등록이 금지된 영업용이 2만2600여대로 86%를 차지한다. 나머지 3600여대는 레미콘회사들이 자체 운영한다.

14년째 신규등록이 금지되면서 레미콘업체와 레미콘믹서트럭 기사들은 수급조절위원회가 열리는 2년마다 부딪힌다. 레미콘제조사들은 공급이 부족하다고, 기사들은 지금도 넘친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주장이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에선 석연치 않은 현상들이 보여지고 있다.

지난해 레미콘업계와 레미콘운송노조는 운송비 협상을 벌여 2년간 1만3700원 인상에 합의했다. 2년간 인상률은 24.5%다. 노조측 요구가 회당 1만5000원, 업계가 제시한 금액이 3000~4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송노조의 완승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송료가 동결됐다 한꺼번에 오른 것도 아니었다. 레미콘 운송료는 2020년에 9.6%, 2021년에 8.7% 올랐다.

파업 며칠만에 레미콘업계를 완패시킨 운송노조의 힘은 대체불능에서 나온다. 레미콘은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생산해 90분 내로 배송해야 한다. 재고를 쌓아둘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2만2600대가 운행을 멈추면 답이 없다. 레미콘운송노조의 힘은 이제 최종 소비자인 건설사들까지 무릎 꿇리고 있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선 레미콘운송노조가 공급중단을 무기로 건설사들을 직접 압박해 추가 운송비를 받아내기도 했다.


14년의 면허 동결로 운동장만 기울어진게 아니다. 신규등록이 제한돼 있으니 차량은 노후화, 운전자는 고령화되고 있다. 정년없는 월수입 500~600만원(비용을 빼면 순수입은 이보다 적다) 직업이란 입소문에 기존 면허는 수천만원의 권리금에 거래된다. 그것도 기존 운전자의 지인이나 친인척이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영세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가 협상의 무기, 거래의 대상이 된 셈이다.

정부는 수급조절 시기가 되면 공급과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올해도 진행 중이다. 과거엔 공청회도 열었지만 언제부턴가 용역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15명으로 구성된 수급조절위원회 내의 힘의 균형도 맞지 않는다. 노조측 의견을 반영하는 위원의 수가 제조사측 위원보다 많다. 지역별로 공급과잉 여부가 다를 수 있는데 전국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건설공사가 별로 없는 지방에선 공급과잉일 수 있지만 신도시 건설이 진행 중인 수도권에선 공급부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은 국토교통부 담당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취임 후 늘 현장에 있었다. 멋지게 폼 잡는 현장도 있었지만 멱살을 잡힐 수도 있는 자리, 허리를 90도 숙여야 하는 자리에도 늘 나타났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보류나 우회가 아니었다. 대부분 정면돌파였다. 심야택시 승차난이 그랬고, 화물연대 파업이 그랬고,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도 마찬가지였다.

건설기계 수급조절도 건드리면 시끄러워질 수 있는 사안이다. '건설경기도 좋지 않으니 2년 후 다시 보자'고 묶어두는게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하지만 결론은 전과 같을지라도 과정은 전과 다르길 기대한다. 현장의 문제를 세밀히 파헤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찾아 보고, 결과는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그동안 원 장관의 스타일이었다.

김진형 산업2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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