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미사일 쏴도 끄떡 없는 'LNG시설'…포스코그룹 기술 총동원 [르포]

머니투데이 광양·신안(전남)=김도현 기자 | 2023.01.31 15:00

포스코인터 '광양 제2 LNG터미널' 착공…에너지 벨류체인 강화

하역설비에서 바라본 광양 제1 LNG터미널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2023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에너지 기업으로 각인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포스코인터내셔널 고위 관계자)

31일 열린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제2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착공식에 앞서 지난 27일 현장을 찾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주목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핵심, 육상 풍력단지가 마련된 신안도 방문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하역된 -162℃ LNG, 파이프 통해 탱크로..."北 미사일 공격에도 이상 無"


제2 LNG터미널은 기존 1터미널과 이웃한 곳에 지어진다. 이번 사업은 1단계로서 20만㎘(킬로리터)급 LNG탱크 2기(7·8호기)를 추가하는 작업이다. 완공은 2025년 목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1터미널에는 1~5호기 탱크가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6호기 탱크 공사가 한창이었다. 저장 용량은 1·2호기 각 10만㎘, 3·4호기 각 16만5000㎘, 5·6호기 각 20만㎘ 등이다.

LNG터미널은 광양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 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양제철소를 끼고 한참이나 돌아간 끝에 다다를 수 있다. 입구에서는 가장 먼 곳이지만, 바다에서는 제일 가까운 자리였다. 해안가를 따라 대형 탱크들과 바다 한 가운데와 터미널을 잇는 가교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터미널에 접안해있던 선박은 보이지 않았다. 하역하던 선박이 거센 바람과 파도를 이기지 못해 피항했다고 했다. 하역시설을 보기 위해 하역시설에서 가장 높은 4층에 올랐다. 배수로에 주로 쓰이는 직사각형 모눈 형태의 프레임이 계단과 바닥에 깔려 있었다.끄트머리에서는 발아래로 넘실대는 파도가 그대로 보였다. 하역 장비를 떠받치는 기둥까지 고려하면 족히 8~9층 높이는 돼 보였다. 정상에 오르니 전남 여수·광양, 경남 하동·남해가 병풍처럼 둘러싼 곳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으로 분투했던 노량해전이 벌어진 바로 그 바다였다.

4층 설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장비는 '하역 암(Arm)'이었다. 대형 운반선에서 LNG 하역 장비와 터미널로 연결된 파이프를 잇는 일종의 로봇 팔이었다. 선박이 고정되면 작업자들이 하역 암을 조정해 고정된 선박의 화물창과 파이프를 연결한다. 자칫 연결에 문제가 발생해 LNG가 상온에 노출되면 천연가스 형태로 기화돼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해야 하는 작업이다.

LNG를 빼내면 선박의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하역과 동시에 선박의 평형을 유지하는 용액을 투입하는 작업도 이곳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연결 과정에서 LNG가 상온에 노출돼 천연가스 형태로 기화되면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고, 평형에 필요한 용액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으면 정박 중인 선박도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주의가 요구된다.

광양 LNG터미널 6호기 탱크 내부 모습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이 작업을 통해 파이프로 하역된 LNG는 가교를 따라 곧장 터미널로 모인다. LNG 탱크는 완공과 동시에 외부와 차단된다. 두꺼운 보냉재가 겹겹이 싸였고 두꺼운 콘크리트가 타설됐기 때문에 완공 후 내부를 들여다보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6호기를 통해 다른 탱크들의 내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6호기는 현재 가동되는 5호기와 동일한 설계로 제작된다. 1~4호기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범용 공법이 적용됐으나, 5·6호기는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과, 고망강간에 특화된 독자적인 용접 기술이 적용된 탱크였다.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 기술력이 총동원됐다고 볼 수 있다.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과 미사일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5·6호기 탱크 바닥 면 지름은 84m, 높이는 40m다. 단열에 문제가 생기면 LNG가 기화하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져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외벽 두께만 최대 1.2m에 이른다. 외벽에는 단단한 콘크리트와 두꺼운 단열재, 고망간강 등이 켜켜이 쌓여 제작된다. 탱크 내에서 기화되는 LNG를 모아 재액화하는 시설도 갖춰 안전성을 높였다. 새로 착공한 2터미널 7·8호기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진다. 조승룡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터미널부 부장은 "탱크 1기에 전 국민이 20일간 난방용으로 쓸 수 있는 LNG 저장이 가능하다"면서 "지진이나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 외부 충격에도 강해 안전성도 높인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천일염에 버금가는 신안의 특산물 '바람'...터빈은 쉼없이 돌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밸류체인 구축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두 에너지원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단 구상이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중심지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다.

광양에서 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이곳을 방문했다. 예전 같으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천사·은암대교가 놓인 뒤부터는 차로 다닐 수 있게 됐다. 다만, 대형 풍력터빈 구조물을 싣고 다리를 건널 수 없어 건설 당시 바지선이 해안가까지 구조물을 운반하고 대형 트레일러가 이를 싣고 현장으로 옮기는 각고의 노력 끝에 육상 풍력단지가 건설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 전남 남서부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눈이 내렸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사방팔방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따라 매섭게 흩날렸다.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지경이었다. 신안군 일대는 강한 풍황(風況)으로 유명한 곳이다. 거센 눈발에 힘겨웠지만, 풍력발전을 하기에 제격인 곳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실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자 두산에너빌리티(14기)와 베스타스(6기)가 공급한 풍력 터빈 20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 풍력단지는 62.7MW 규모다. 평균 이용률이 21%일 경우 연간 11만5300MWh의 전력이 생산된다. 이는 신안·목포 권역 3만1000세대에 전기 공급이 가능하며, 소나무 1400만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연간 5만1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2월 이곳 풍력단지 운영사 신안그린에너지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초 지분 투자를 통해 지분율 8.46%를 보유했으나, 친환경 에너지 조달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소유 지분을 54.43%까지 늘리며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곳 자은도에서 서쪽으로 25km 해상에 300M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신규 신재생에너지 사업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신철홍 신안그린에너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발전량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거듭했다"면서 "수익 창출이 아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확보를 위한 사업이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수한)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그린에너지 육상풍력단지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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