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거주하고 있는 A아파트는 중앙난방식이다. 중앙난방은 주택 단지의 중앙보일러로 개별 세대에 온수, 열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개별 세대가 쓴 만큼 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평수별로 동일한 난방비를 낸다. 한 때 '난방열사'로 불린 배우 김부선씨가 문제제기한 아파트의 난방방식도 중앙난방식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약세였던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산 LNG 공급이 끊겨서 난방비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국내 LNG 도입단가는 2021년 4월 톤(t)당 385.5달러에서 지난해 9월 1470.4달러로 올랐다.
올 겨울 대부분이 난방비 인상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지만 중앙난방식은 대체로 열효율이 떨어지는 탓에 다른 어느 곳 보다 난방비 인상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 박모씨(44)는 지난달 난방비로 약 23만원을 냈다. 한달 전보다 난방비가 14만원가량 더 냈다. 겨울 날씨가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작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난방비 증가 폭이 가파르다고 느꼈다. 박씨는 "난방비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중앙난방 방식이라 난방비를 절약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입주민들은 개별 세대가 쓴 만큼이 아니라 평수가 같으면 동일한 난방비를 내는 방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입주민은 "우리 집은 최근에 새시를 새로 갈아 웃풍이 없어 다른 집보다 난방을 더 하지는 않는데 (난방비를) 더 내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정은 다른 중앙난방식 아파트도 마찬가지 였다. 서울 성동구 H 아파트에 사는 양정순씨(56·가명)는 지난달 양씨의 31평 아파트에 난방비가 18만원이 나왔다. 이 아파트에 5년 살았지만 난방비가 이렇게 비싼 건 처음이다. 양씨는 "작년과 비교하면 난방비가 2배 뛰었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27일 H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아파트 566세대 통틀어 난방비 1억2482만원이 청구됐다. 1년 전인 2021년 12월 총액(6629만원)의 1.73배 수준이다.
중앙난방식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H 아파트도 1990년 5월 건설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전국 주택 중 중앙난방식은 16.1%, 개별난방은 52.4%를 차지한다.
H 아파트식 아파트는 중앙보일러, 온수와 열을 전달하는 배관도 노후화한 경우가 많다. H 아파트는 중앙보일러 3개를 가동하는데 모두 1990년 아파트가 완공될 때 설치됐다. 매년 보일러 점검, 배관 청소를 하지만 시설이 낡아서 열 손실률이 높다고 한다. H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기적으로 관리해줘도 새 아파트보다 난방 열 손실이 보통 30% 정도 난다"며 "1월 난방비가 벌써 걱정된다"고 했다.
산업통상지원부는 지난 26일 '난방효율 개선지원단 킥오프 회의'를 열고 난방비 급등에 부담을 느낀 가구들 현장 지원에 나섰다.
중앙난방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보일러와 배관을 긴급 점검한다. 운전 방법을 개선하고 가동 조건을 변경하는 등 난방 효율을 현장에서 즉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도 상담도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정보도 제공한다. 개별 가정에는 문자를 발송해 효율적인 난방 방법도 안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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