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검찰 조사에 따르면 남양유업 창업주 3세 홍모(40·무직)씨는 재벌가 마약스캔들의 핵심이다. 지난해 재미교포 이모씨로부터 대마를 사들인뒤 효성그룹 창업주 손자 조모씨, 전 경찰청 아들 김모씨, JB금융지주 일가 임모씨 등에 대마를 공급한 혐의다. 홍씨로부터 대마를 직접 건네받은 인물은 6명, 간접적으로 18명이 연루돼 있다.
홍씨는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차남인 홍우식 전 서울광고기획 대표의 장남이다. 홍원식 회장과는 큰아버지 조카 관계고, 필로폰 상습투약 혐의로 물의를 빚은 황하나씨와는 사촌지간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물량 밀어내기 등 대리점 갑질사태로 부정적 이미지가 쌓인 후 황하나 마약스캔들이 터지면서 불매기업으로 낙인찍혔다. 황씨는 2015년 필로폰 공급·투약 혐의와 함께 2011년 대마초 흡연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에도 여러차례 마약에 손을 대면서 남양유업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황씨와 황씨의 부모 모두 지분이 없고 관련된 일도 하지 않는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은 마약사건이 터지면 거론되는 단골 기업이 됐다.
남양유업은 오너일가의 마약사건이 또 한번 불거졌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구속기소된 홍씨가 황하나씨 사례처럼 폭발성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인플루언서인 황씨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나 버닝썬 사건과 연관돼 있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지만 홍씨는 그만큼의 지명도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너일가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두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기업 이미지를 신경쓰기 어려운 처지다. 홍 회장 일가는 다음달 9일 주식양도 계약이행 민사소송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2일 2차 변론기일에서 홍 회장 측이 제기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종결해서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 남양유업의 쌍방 자문을 맡은 김앤장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앞선 판결도 모두 한앤코에 유리했다. 지난해 9월 열린 1심은 주식매매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며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보유 주식을 한앤코에 넘겨줘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또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낸 남양유업 주식처분금지, 의결권 행사 금지 등 가처분신청은 법원이 모두 받아들였다.
홍 회장 일가는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선전한 불가리스 사태 후 국민정서가 악화되자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한앤코의 계약미이행을 이유로 무효화를 선언한 뒤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관심은 항소심 선고에 집중돼 있다"며 "기업 이미지는 상황이 정리되면 회복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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