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쯧"소리마저 감탄이 되는 경지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3.01.27 15:00
'카지노' 최민식, 사진제공=디즈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극본 연출 강윤성)에서 후배들을 위해 거침없이 나서는 최민식을 보면 한없이 든든한 한편, 돈 앞에서 욕망하는 담담한 집착을 보면 '도대체 이 인물의 진짜 모습은 뭘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수십년의 연기 경력과 흔들리지 않는 명배우라는 평판. 새로운 배역을 만날 때마다 머리를 싸맨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최민식의 연기는 늘 기대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다.


"너 내가 누군지 알지?" 쫓기듯 떠나온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차무식(최민식)은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는 사람이다. 머리는 좋지만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냈을 만큼 가난했던 집안,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약쟁이 아버지, 그러나 무일푼에서 80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을 만큼 부를 축적하고, 타지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이 남자에게 어울리는 제목은 '카지노'보다도 '인간극장'일 것이다. 자못 비장한 내레이션에 이어, 전쟁터 같은 도박판에서 펼쳐지는 의리, 배신, 음모, 생사가 담긴 드라마는 핏빛 향연과 함께 음지의 경계를 오가지만 다행히 이 구역은 최민식의 것이다.


'카지노' 최민식,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최민식의 귀환"(Kapanlagi.com), "전설적인 '올드보이'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CNA) "최민식의 자연스럽고 완벽한 연기력, 전 세계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시리즈"(Mirror Media) 등 각종 외신도 최민식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데뷔 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쉬이 꺼지지 않는 아우라와 치열한 눈빛, 정교한 호흡은 최민식, 그리고 차무식의 강력한 무기다. 혼자서 건달 무리에게 민회장(김홍파)의 떼인 돈을 받으러 갔을 때도, 필리핀 빅보스 다니엘의 심부름으로 눈 앞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졌을 때도, 동업을 하기로 한 찰리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움을 요청하러 왔을 때도 차무식은 떨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평범한 영역을 넘어선 설정과 느린 전개 사이, 무른 서사에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끔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쯧"소리 하나까지 정교하게 내뱉는 최민식의 존재다.



'카지노' 최민식, 사진제공=디즈니+


전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탈북자의 고독함과 수학을 향한 사랑을 절절하게 중첩하며 단단한 내공을 증명한 것처럼, 철저한 범죄 누아르라 할 수 있는 '카지노'에서도 그는 이 아슬아슬한 세계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떠받치고 여러 세대 배우들과 단단하게 부닥치며 호흡한다. 최민식은 과거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 배우들에 대한 조언으로 "기획적 마인드에서 탈피해서 만듦새에 열중하고 즐기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나이 어린 청춘들에게서 나올 법한 '열중'이라는 단어가 지천명을 훌쩍 넘긴 연기자의 입에서 나온 것은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면모에 더 골몰하게끔 만든다.


오늘날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인물들에 철저하게 열중하는 최민식의 모습은 작품의 행간을 예상한 것 바깥의 범주로, 놀랍도록 복합적이지만 차분하게 겉면을 바꾸며 들뜨지 않게 짚어낸다. '카지노'를 보다가 침착한 그의 얼굴에 소름이 돋게 되는 경험도 이 때문이다. 욕망에 불타는 것이 아닌, 고요하게 욕망에 잠식된 얼굴은 그 어떤 고함과 감정적 동요보다도 인물에 동적인 감상을 불어넣는다. 백조처럼 수면 위는 우아하게, 수면 아래로는 부단하게 발을 휘저어온 그 치열함이, 최민식이라는 연기자의 오늘날에 기품이 깃든 굳건한 신뢰를 다진다.


한편 지난 25일 시즌1을 종료했던 '카지노'는 오는 2월 15일 시즌2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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