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가 올렸다? 다음달 더 무섭다?…'난방비 폭탄' 진실은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 2023.01.27 05:47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가 우편함에 꽃힌 도시가스 지로영수증. 2023.01.12.


"지난달 가스(난방)요금 얼마나왔어요?"

연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보다 '난방비 안부'를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난방비 폭증이 화제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겨울날씨가 시작되고 그에 따른 난방비가 청구되면서 지난해 네차례 올렸던 가스요금이 한꺼번에 체감된 결과다.

난방비 증가는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데다 가계의 고정비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탓에 올해 물가 안정과 성장률 목표 달성에도 암초가 될 전망이다. 난방비 폭증의 책임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논쟁거리에 대한 팩트를 체크해봤다.



1. 윤석열정부가 난방비를 올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주로 가스요금과 열요금으로 이뤄지는 난방비는 사용량에 요금단가를 곱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산출된다. 일정 사용량을 넘어서면 요금이 급증하는 전기요금과 달리 난방비는 '사용한 만큼' 내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달 '난방비 폭탄' 가구가 속출한 이유는 난방비 인상과 요금 증가의 시차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둔화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약세를 보였던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은 2021년 초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국가의 경제제재와 그에 따른 대응으로 러시아산 LNG 공급이 끊긴 탓이다.

2021년 이후 국내 월별 LNG 도입단가를 살펴보면 LNG도입단가는 2021년 4원 톤(t)당 385.5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상승해 지난해 9월 톤당 1470.4달러까지 상승했다. 저점 대비 281%, 전년 동기 대비 157.5% 상승한 금액이다.

여름철 난방수요가 줄어들면서 LNG 수입단가가 톤당 700달러 전후로 내려왔지만 겨울철 난방수요가 돌아오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LNG 수입단가는 톤당 1255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3월까지 동결됐다. 서울시 주택용 기준 가스요금은 2021년부터 2022년 4월까지 MJ(메가줄)당 14.22원으로 유지됐다. 가스요금 동결의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서민 부담을 앞세웠지만 지난해 3월 대선을 비롯한 각종 정치 이벤트를 치르면서 성난 민심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포퓰리즘에 밀려 제때 공공요금 인상을 하지못한 게 이번 난방비 폭탄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2021년 3월부터 요금이상이 이뤄진 2022년 4월 전까지 7차례 요금조정시기가 있었다"며 "지난 정부에서 인상된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모두 동결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지난해 8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그로 인한 가스도입 차질 우려가 나오고 나서야 불가피하게 소비자 요금 인상을 했다는 게 현 정부의 입장이다.



2. 다음달 고지서가 더 무섭다?


맞는 말이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4월과 5월, 8월, 10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MJ당 5.47원이 올랐다. 비율로 보면 인상 전 요금 대비 38.5%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지난달까지 가스 요금인상이 체감되지 않았던 것은 요금 인상시기가 대부분 난방수요가 적은 봄~가을에 집중된 결과다.


지난해 12월 중반부터 본격화된 겨울 추위에 난방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스요금 인상분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달 '난방비 폭탄'으로 돌아온 고지서는 12월 사용분에 대한 요금 청구다. 지난해 12월은 유럽의 이상 기온 상승 등으로 난방 수요가 적었다는 게 가스공사 등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상 가스요금은 12월 사용분보다 1월 사용분이 청구되는 2월 고지서 때 더 부과된다.

아울러 지난해 말 결정한 전기요금 인상분도 올해 1월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누적적자 해소 등을 위해 kWh(킬로와트시)당 13.1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여기에 최근 불어닥친 북극발(發) 한파로 역대급 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 난방용품 등 사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가스비와 더불어 난방용 전기요금 사용 증가로 이번달 보다 더 많은 난방비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서울 시내 건물에서 난방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추울 것으로 예보했다. 2023.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3. 지역난방이 난방비 폭탄을 맞기 쉽다?


'난방비 폭탄'을 하소연하는 사람들 가운데 유독 "지역난방을 해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주장이 많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볼 때 난방방식은 크게 개별난방과 중앙난방, 지역난방 등 3가지로 나뉜다. 중앙난방은 아파트 내 대형 중앙보일러를 가동해 개별세대로 열과 온수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역난방은 지역난방공사가 열병합발전소에서 만든 난방에너지를 개별세대에 열교환기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개별난방은 각 세대가 설치한 보일러로 난방한다.

중앙난방과 지역난방은 주로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찾아보기 쉽다. 개별난방 방식을 사용하는 가구가 난방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난방비 폭탄을 피했을 수도 있지만 중앙·지역난방의 경우 배관같은 난방 설비가 오랜된 경우가 많아 열손실 등으로 인한 난방비 증가 요인이 있다고 한다.

지역난방은 열병합 발전소에서 공급한 난방용 온수를 열교환기로 데워 공급하는 방식인 만큼 열교환기의 성능에 따라 난방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4. 우리나라가 난방비가 비싸다?


그렇지 않다. 지난해 4차례 인상을 하긴 해지만 세계 주요국에 비하면 난방비는 아직 싼 수준이다.

산업부가 원화로 환산해 발표한 '국가별 가스요금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스요금은 지난해 10월 기준 22.2원이다. 미국은 2021년 1월 MJ당 10.4원이었던 난방요금을 지난해 10월 기준 26.1원으로 올렸고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독일은 같은 기간 23.4원에서 83.7원으로 2.6배 난방비가 상승했다.

프랑스 역시 MJ당 56.6원으로 2021년 1월 25.1원 대비 2배이상 올랐다. 독일 북부 등 난방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땔감용 장작이 동이나고 가정용 태양광 설치 수요가 증가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고 한다.

한편 정부는 최근 '난방비 폭탄' 논란에 대해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 등 지원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우선 117만가구에 제공하는 에너지바우처는 현행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늘리고, 160만 가구에 적용되는 가스요금 할인은 최대 7만2000원까지 2배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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