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인위적 감산 없이 반도체 불황을 버텨온 삼성전자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이미 감산을 결정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비해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128조2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분기부터 생산라인의 고도화를 통해 고성능 제품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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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감산 없다" 다가올 호황기 지배력 확대 전략━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선두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라인에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방식의 '인위적 감산'에 나선 바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형태의 감산이 2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판단은 이와 반대였다. 경쟁사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하는 사이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혹한기를 견디기만 하면 업황 사이클이 호황기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을 단숨에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벌어졌던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당시 삼성전자는 가격안정을 위한 감산을 하지 않는 대신 가격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골든 프라이스' 전략을 구사해 버텨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반도체 초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사상 최대실적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유사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선제적으로 감산에 나선 경쟁사들이 기대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반등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가격은 2021년 3월 5.3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에는 2.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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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언급할까'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 주목━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선 이달 3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감산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는 감산에 대해 부정적이다.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인위적 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라인의 탄력적 운영 정도의 언급만으로도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만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감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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