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자통'에 포획된 민노총과 노동개혁

머니투데이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2023.01.25 02:05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자기주도' '자주' '통일' 등의 수사는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어떤 고립계가 열적 평형 상태에 있지 않다면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entropy)가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 관점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다. 생명현상을 포함한 모든 물질의 운동은 주변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빅뱅 이후 급속히 팽창하는 우주에서 통일보다는 분열이 대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 교수는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 역시 입자(particle)의 독특한 배열이 만들어낸 물리적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인간은 이론상 자유롭되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슬픈 현실과 마주친다. 인류가 창조한 모든 제도와 이념과 예술이 사피엔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유발 하라리의 결론보다 더 허탈하다. 그래도 그 자유의지와 허구를 포기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생명현상은 그것이 신의 섭리든, 자연법칙이든 무질서에서 질서, 어수선함에서 가지런함을 만들어온 과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령으로 지하조직을 만들고 반국가 이적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민중자주통일전위', 이른바 '자통'에 포획된 민노총 때문에 논란이다. 앞으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진위가 드러나겠지만 언론보도 내용만 보면 '기억' '평화' '하나'와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말로 포장된 그들의 행보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자기주도적인 자유의지에 따라 그런 일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입자들이 에너지를 주고받듯이 그들도 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간 노동운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반미, 반일, 반전, (대한민국 내) 반핵 등의 구호가 그들의 집회에 자주 등장한 것을 보면 민노총의 친북 성향은 용공세력에 의해 장악됐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몇 차례 정권퇴진과 정권창출에 취해서일까. 총파업이나 반미집회 때마다 등장하는 민노총의 정치적 수사는 거침이 없다. 그들의 물리력은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하나쯤은 지구 밖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는 기세다.


민노총은 정작 노조의 본업인 노동개혁에는 걸림돌이 돼왔다는 게 중론이다. 민노총의 인식은 여전히 개발연대의 가혹한 공장 노동환경에 머물러 있다. 민주화 이후 수많은 운동가의 노력으로 노동자의 처우가 크게 개선됐지만 갈 길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귀족노조의 무질서한 파업, 이원화한 노동시장,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사법리스크 등 한국 노동시장의 엔트로피는 지나치게 높아져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건설현장 불법 실태조사 보고서가 밝힌 일부 노조원의 조폭 뺨치는 행태는 그 퇴행의 일부일 뿐이다.

"기득권 유지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는 대통령의 노동개혁 관련 신년사는 꽤 점잖은 표현이다. 민노총은 북한과 손절하고 자신의 본업인 노동운동으로 돌아와야 한다. 극에 달한 엔트로피를 이대로 방치하면 자신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 민노총이 진심 원하는 게 그게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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