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쌓은 노하우도 사라져"…녹록지 않은 檢 '탈세와의 전쟁'[정경훈의 검찰聽]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3.01.23 10:00
/사진=뉴스1

"한 번 수사를 안 하기 시작하면 노하우는 금방 사라진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조세범죄 수사는 검찰 내에서도 고난이도 영역으로 꼽히는데, 몇 해 간 수사가 중단돼 그간 쌓은 노하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을 설치하는 등 탈세 엄단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조세 사건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탈세는 거래 장부 조작, 비자금 형성, 횡령·배임, 일감 몰아주기 등 다양한 범행과 맞물려 일어난다. 기업의 거래 방식, 자금 흐름, 조세 관련 법률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수사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짚을 수 있다.

범죄 수사를 본업으로 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기업 환경을 깊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전직 검찰 간부는 "검찰이 수시로 바뀌는 조세법과 관련 고시, 세무·회계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하기는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조세범죄 분야가 오래 전부터 검찰이 어려워하는 분야로 남은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검찰 조직이 개편되면서 어려움은 더 커졌다. 검찰은 2000년대 이후 서울중앙지검에 금융조세조사부, 조세범죄조사부 등을 두고 사건을 직접 수사했지만 2020년 조세범죄조사부가 형사13부로 개편되면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수도권의 부장검사는 "A라는 범죄를 주로 다루는 부서가 있어야 'A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보자'는 검사·수사관도 생기지 않겠느냐"며 "안그래도 조세범죄 분야가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데, 해보려는 사람과 수사기법 발전·전수가 동시에 끊겼다"고 했다.

검찰에 탈세 기업 고발을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역할이 축소된 것도 조세범죄 수사가 어려워진 이유로 언급된다. 조사4국은 특별세무조사 등을 담당하면서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판 대검 중앙수사부로 불렸다. 그러나 태광실업 조사·고발 등으로 '하명수사' 논란이 일었고, 2018년 인력과 비정기세무조사 비중이 줄었다.

현직 검찰 간부는 "지금 보면 조사4국 축소가 '검수완박'의 예고편 같다. 국세청 세무 전문가들이 잘 분석해 검찰로 넘겨줘야 성공적인 수사가 용이한데, 전보다 고발 건 수부터 줄었다"며 "바람직하지 못한 면을 부분적으로 바로잡지 못하고 기능 자체를 축소시키면 애꿎은 누군가는 그 부작용의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조세포탈이 일어나도 검찰이 알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서민들은 성실히 세금 내는데 부자들은 덜 내는 환경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세범죄에 대한 이해도는 '조세 전문팀'이 있는 대형 로펌이 검찰보다 앞선다"며 "검찰·세무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을 토대로 장기간 수사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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