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이야기]"세뱃돈 봉투만 10억개" 큰손 中 MZ…한국제품은 안 산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3.01.24 05:44

편집자주 |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글로벌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춘절을 맞은 중국 산시성 어린이들. / 사진 = 산시성 도서관

"이번 춘절에는 부모님과 함께 TV를 구매할 계획이에요. 부모님에게 새로 나온 게임을 해야 해서 고화질·초대형 국산 제품을 사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쉬모씨(17)는 21일부터 7일간 계속되는 춘절 연휴에 최신형 TV를 구매하기로 계획했다. 쉬씨가 직접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쉬씨의 선호를 묻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매 결정권은 쉬씨에게 있다. 쉬씨 친구들 사이에도 춘절 연휴 기간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쉬씨는 "중국에서 춘절이나 솽스이(광군제)가 오면 새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매장이 인산인해"라며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원하는 제품을 사는 경향이 높다"라고 말했다.

중화권 최대 명절로 꼽히는 춘절(설날)을 맞아 중국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가전·스마트 기기 등 다양한 제품 구매가 급등하는 시기에 매출 상승을 노린 공격적 마케팅이 잇따른다. 주 공략대상은 구매를 결정하는 링링허우(2000년대 출생자)로, 타 국가에 비해 자녀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은 중국 가정의 특성이 반영됐다. 현지 업계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링링허우를 공략해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 브랜드 반전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3대 소비제, 한국 브랜드는 쏙 빠졌다…놓치고 있던 이웃 나라의 '수십조원 시장'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중국·대만 등 중화권에서는 춘절이 다가오면 '홍빠오'를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부자가 된다는 의미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한 8(빠) 단위의 돈이 담긴 봉투를 주는 일종의 세뱃돈으로, 돈을 주고받으며 행운을 기원한다. 웨이씬(위챗)은 홍빠오를 주고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중국 1위 메신저로 도약했다. 춘절 동안 오가는 홍빠오만 10억개·122억위안(한화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 내에서 명절과 돈이 불가분의 관계이다 보니 명절은 중국 내수 시장의 '대목'으로 꼽힌다. 솽스이와 류야오빠(618·중국 쇼핑몰 징동닷컴의 소비 축제)와 함께 춘절이 중국 3대 소비제로 자리매김할 정도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PC 등 평소에 구매를 꺼려 왔던 디지털 제품의 구매 증가폭이 제일 높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할인 폭이 큰 명절을 벼르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10일 연휴를 앞두고 소매 소비가 중국 전역에서 20%나 늘었다.

이 때 구매결정권은 자녀들이 갖는 경우가 많다. 중국 특유의 1자녀 문화가 낳은 독특한 가정 구조 탓이다. 중국 대표 기업 텐센트가 00년생 2590명과 부모세대 2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 과정에서 48%의 부모가 제품 구매 전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며, 3분의 1이상의 링링허우가 소비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지갑은 부모가 열지만, 선택은 자녀들이 하는 셈이다.

때문에 3대 소비제에서 대부분의 현지 마케팅은 이른바 'MZ세대'에 집중된다. 다른 국가가 구매력을 갖춘 40대 이상의 직장인을 주 타깃으로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더우인(틱톡)이나 티몰, 징동닷컴 등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SNS·온라인 쇼핑몰도 쥬링허우(90년대생)·링링허우 맞춤형 마케팅을 잇따라 내놓는다.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왕훙(인플루언서)을 활용한 마케팅이 주류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의 선호도는 높지 않다. 구매력과 결정권을 가진 링링허우가 K-콘텐츠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솽스이 행사 기간 가장 거래 실적이 많았던 가전·스마트폰·디지털 제품 부문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1% 내외다. 하이얼과 메이디, 샤오티엔이, TCL, 샤오미 등 토종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2013년~2014년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브랜드가 점유율 1위를 독점했던 시기가 무색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춘절이나 솽스이에는 디지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라며 "애플같은 미국 기업이나 샤오미·TCL 등 현지 기업은 청년~아이 세대를 겨냥해 게임과 연동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왕훙, 인기 아이돌, 더우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내놓는데 한국 기업이 그런 방법을 택하는 경우는 본 적이 드물다"라고 말했다.


"K-드라마 안 보는 사람 없는데 왜 한국 제품은 안 쓰나"


춘절을 맞아 가전 매장을 찾은 중국 소비자들. / 사진 = 독자제공

한국 디지털 제품의 매출 상승을 위해서는 국내 브랜드의 홍보 방식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시장이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에서도 뒤쳐졌고, 저가형 라인업을 갖춘 저가형 중국 기업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는데다 젊은층에게서 인지도도 낮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소후뉴스는 LG전자 등 주요 한국 브랜드의 중국 가전 시장 점유율이 0~1%대라고 지적하면서 "중국 브랜드에 비해 제품 홍보가 미약해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까지 하락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K-컨텐츠와 연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브랜드가 품질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만큼 젊은층 공략을 위해 다방면에서 '컨텐츠 협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중국 OTT 사이트 '비리비리' '유쿠' '텐센트비디오' 등에서는 항상 한국 브랜드가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글로리' '재벌집 막내아들' 등 한국 드라마의 불법 유통까지 자행될 정도다.

현지 가전 기업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 안 보는 아이들 없고, 한국 음악 안 듣는 학생들 없는데 한국 제품을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라며 "한국 기업들은 문화적 영향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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