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의 '카지노', 분량보다 중요한 건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3.01.19 10:00
사진=디즈니+


배우 손석구의 독특한 이력은 이미 유명하다.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며 시카고 예술대학에 다녔으며 군인 시절에는 자이툰 부대로 파병을 다녀온 경험도 있다. 이후 동생이 거주하는 캐나다로 향해 농구선수에 도전했으나 오히려 연기와 연출에 재미를 붙여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단편영화를 연출했으며 올해에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할 예정이다. 어릴 적부터 연기에 꿈을 가지고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온 배우들과는 결이 다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연출/각본 강윤성)에서 손석구가 맡은 오승훈 경감 역시 마찬가지다. 오승훈은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자 이를 예방하고 수사하기 위해 현지에 투입된 경찰 '코리안 데스크'로 처음 모습을 비춘다. 일선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경찰을 바랐던 현장과 달리 오승훈은 본청 외사과에서만 근무해 현장 경험이 전혀 없다. 경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진=디즈니+


이런 오승훈은 그간 미디어에서 많이 등장한 경찰과 다르다. 속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잠복근무를 하거나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모습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보통의 사무직에 더 가까운 모양새다. 경찰서에 자리를 잡은 오승훈이 가장 먼저 해결한 문제는 전임자가 가져간 에어컨을 자비로 구입해 설치한 것이다. 계장과의 통화에서 "꿀 빨기는커녕 나 여기 완전 진짜 똥 밟은 거 아닌가 모르겠어. 동네도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위험해"라고 말하는 모습은 파견 근무에 대한 불평이 가득한 회사원을 연상케 한다. 현지 교민들에게도 순찰보다는 사건 방지와 관리를 강조할 정도로 현장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경찰이라는 직장을 보통의 회사처럼 생각하지만, 마냥 무심한 것은 아니다. '미스터 차'라는 이름을 듣고 무언가를 골똘히 몰두하는 모습은 그에게도 경찰로서의 본능이 잠재되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오승훈에게 두 가지 사건이 다가오며 내재된 본능이 점차 깨어나기 시작한다. 차무식(최민식)에게 다가갈수록 이러한 본능은 격렬해질 것이다.


이렇게 '카지노'의 오승훈은 어딘가엔 존재할 것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의 해방일지' 속 구 씨가 알 수 없는 매력으로 치명적인 이끌림을 선사한 것이나 '범죄도시2'의 강해상이 자연재해 같은 파괴력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줬던 것과는 또다른 모습이다. 손석구가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는 그의 다양한 이력처럼 항상 예측할 수 없어서 매력적이다.



사진=디즈니+


아직까지 '카지노' 속 오승훈 즉 손석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카지노'가 차무식의 일대기를 차분히 그려내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손석구가 지금과 같은 인기였다면 비중이 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해방일지'와 '범죄도시2'가 공개되기 전 촬영이 시작되고 마무리된 탓에 분량을 조절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어찌 보면 악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손석구는 짧은 시간에도 자신이 왜 2022년 가장 많이 주목받은 배우인지를 증명했다. 결국 비중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얼마나 흡입력있는 연기를 보여주냐는 것이다. 언제나 매력적인 무쌍의 눈은 이번에도 많은 사람을 빠져들게 만든다. 모두가 '노담'을 외치는 현재의 시대에서도 손석구가 뱉는 담배 연기는 우수에 짙은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킨다.


손석구는 지난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3년 후의 목표를 '다작'으로 꼽았다. 그 이유로 본인이 현재 배우로서 가장 빛나는 시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작품의 숫자만 많다고 다작이 아니다. 그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인상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투입 시점, 비중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카지노'는 손석구의 필모그래피에서 충분히 한 줄을 채울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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