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원조금으로 세운 KIST, 반세기만에 베트남에 다시 문열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3.01.17 15:53

정부, 2014년부터 베트남에 총 3500만달러 무상 원조
베트남 정부 예산까지 들여 역대 최대 규모 연구소 설립
경제성장·산업화 기여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모델 전수
미국 원조로 세워진 연구소, 이젠 베트남에 통째로 이식
한국, 반세기만에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

연면적 2만3803㎡ 규모로 세워진 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 전경. /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17일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서 한국과 베트남 양국 인사들이 VKIST 준공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거 베트남 파병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으로부터 1000만달러 원조를 받아 세워진 KIST가 반세기만에 베트남 현지에 뿌리내린다. 양국간 아픈 역사의 결과 잉태된 KIST는 이제 협력과 미래 공동연구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부는 17일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서 '베트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 준공식을 개최했다. V-KIST는 2014년부터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3500만달러와 베트남 정부 예산 3500만달러를 투입한 베트남 최대 규모 연구소다.

앞서 1965년 존슨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파병대가로 한국에 공대설립을 제안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기술을 개발할 종합연구소를 요구했다. 당시 미국이 지원한 1000만달러 원조가 재원이됐다. 1966년 설립된 KIST는 포항제철 건설계획 수립과 전자공업 육성책 등 한국의 과학과 산업발전의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V-KIST는 지난 2012년 한베 정상회담에서 당시 응우옌 떤중 베트남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KIST를 벤치마킹한 연구소 설립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1992년 한국과 수교이래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KIST가 크게 역할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 등은 2014년부터 베트남에 ODA 예산을 투입했고 2018년 3월 V-KIST를 착공했다. KIST를 모델로 삼겠다는 베트남 정부 의지에 따라 VIST가 아닌 V-KIST로 명명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준공 모습. KIST는 1966년 미국의 1000만달러 원조로 세워진 과학 연구기관으로,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밑바탕이 됐다. /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번에 준공된 V-KIST는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 내 3개 연구동과 1개 본관동, 기계동, 위험물 저장소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연구장비와 실험기자재, 전자장비 300여개 등이 마련된다. 우리 정부는 초기 설계에서 부터 주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노력으로 베트남 정부의 신뢰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V-KIST에서 탄소중립 관련 환경 연구와 디지털 기술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도 전기차 모터, 조류독감 진단센서, 유아 얼굴인식 기술 개발 등 공동 연구 32건을 진행 중이다. 특히 베트남 특산 과일인 걱(Gac) 열매 추출물을 활용한 피부 미백용 조성물 제작 관련 연구는 현지에서 특허 출원을 진행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술 강국으로 오랜 시간 노하우를 축적해온 한국과 천연물자원이 풍부한 신흥 성장국인 베트남이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V-KIST가 동남아시아 과학기술 연구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브엉 딩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을 포함해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 후잉 타잉 닷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 윤석진 KIST 원장 등 양국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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