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수출 18% 성장할 동안 한국 겨우 1% 컸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3.01.16 16:40

글로벌 반도체 불황에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한해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1% 성장해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반도체는 두 나라에서 모두 전체 수출 1위 품목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밖에 없다. 메모리(한국)와 파운드리(대만), 주력 품목 차이가 실적을 가른 기본적인 배경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만 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집적회로(IC·반도체 칩)칩 수출액이 약 1841억달러(227조2530억원)를 기록해 전년도 대비 18.4% 증가했다. 7년 연속 증가세로, 두자릿수 증가도 3년 연속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달러(159조4974억원)로 1% 증가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지만, 성장률로 비교하면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성장률이 대만에 뒤진 것은 두 나라의 반도체 산업 포트폴리오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TSMC를 필두로 하는 대만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삼성전자가 반도체 대표기업인 한국은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다. 기성품인 메모리반도체는 대외 경기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지만 수주 기반인 파운드리는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재고부담이 적고 가격 역시 계약단계에서부터 설정해 안정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엔 전년 동기 대비 29.1% 급감했다. TSMC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3%, 73% 는 것에 비해 삼성전자는 매출이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6%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 다른 사업부문을 포함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불황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불황에 맞서 한국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며 TSMC를 맹추격하고있는만큼, 양 국의 반도체 산업의 주력 품목 차이를 탓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만 입법원(국회)은 이달 7일 반도체 산업 지원책인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연내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기업 투자 세액공제율을 8% 낮췄다가 대통령 지시로 다시 25%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며 해당 법안이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국가 전체가 뭉쳐 TSMC를 전폭적 지원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반도체 지원법 내용을 떠나 국회에서 여야가 갈려 지지부진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서둘러 정부 지원책을 통과시켜 법제화해 실제로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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