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휘청이는 아르헨티나, 물가 1년 새 '94.8%' 폭등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3.01.13 15:26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팔고 있다./AFPBBNews=뉴스1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작년 한 해 94.8%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세 자릿수 상승률은 피했지만, 3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5.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2년 한 해 동안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94.8% 뛴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전년(2021년)도 물가상승률인 50.9%도 훌쩍 뛰어넘었다.

아르헨티나는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인플레이션 기록을 다시 쓰게 됐다.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1년 당시 아르헨티나는 171%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부실한 경제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 탓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와 신발 가격 상승률이 120%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호텔과 레스토랑 가격은 109% 가량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공정한 가격'으로 불리는 물가 안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기본 생필품 1823여개의 생필품 가격을 오는 2월28일까지 동결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40%에 달한다. 대도시에선 지난 몇 년 사이 노숙자와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시민들이 시장에 가는 대신 쓰던 물건을 거리로 가지고 나와 물물교환하는 일도 흔해지고 있다.


자영업자인 그리셀다 멜레는 로이터에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급여는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는 이미 버스 요금, 의류, 음식 가격의 인상으로 새해를 열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AFP에 "슈퍼마켓 진열대 앞에서 보석을 고르듯이 가격을 분석해 물건을 사게 된다"며 "1년 전 150~200페소였던 계란 한 판 가격이 지금은 700페소"라고 하소연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AFPBBNews=뉴스1
인플레이션 여파로 페소화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국시간 13일 기준 전년 대비 75% 가까이 급락한 달러당 180페소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데, 실제 시장에서 쓰이는 환율 기준으로는 달러당 360페소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소화의 추가적인 가치 하락을 우려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달러,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다른 자산으로 페소화를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경제 상황을 개선할 요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60%로 설정했지만, 세계은행(WB)은 90% 이하로 낮추는 것이 아르헨티나에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일단 기준 금리를 연 75%로 유지하기로 했다. BCRA는 이날 성명을 통해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점진적으로 줄이고 금융 및 환율 안정성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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