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신약 1호 선플라주 역사속으로...상업적 성과는 숙제로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 2023.01.12 15:42

SK케미칼 선플라주 허가 유효기간 만료...2009년부터 생산 중단

국산 신약 1호인 '선플라주'의 품목허가가 취소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선플라주는 1999년 허가를 받아 제네릭(복제약) 개발과 영업 위주의 국내 제약 업계에서 신약 개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플라주는 시판 허가 후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매출을 내지 못해 허가는 유지하지만 생산은 안 되는 품목이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업체들의 신약 개발은 '시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주 50mg, 100mg의 품목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지난해 12월31일까지 회사가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선플라주는 국산 신약 1호다. 국내 제약 업계의 판도를 영업 중심에서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까지 국내 제약 업계는 영업에 집중돼있었다.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을 사들이거나 특허 만료가 지난 후 제네릭을 만들어 의료진 대상으로 영업 경쟁을 벌였다.

선플라주가 개발되기까지는 1990년부터 총 10년의 기간이 걸렸다. 정부 지원금 13억6000만원을 포함해 비용은 약 81억원이 투입됐다. 소화기 암 치료제로 쓰였던 '프루오로우실'과 병용해 진행성, 전이성 또는 수술 후 재발성 위암 치료제 쓰이도록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시장 진입이었다. 임상시험 결과 치료 효과를 보였지만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기존에 다양한 자체 개발 제품을 갖춘 데다 다국가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입증한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암제들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항암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선플라주는 1세대 화학항암제였는데,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 등장했다.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방식인데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있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표적해서 공격하도록 개선됐고,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 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해 부작용이 적다. 후발주자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시장성이 낮은 선플라주는 매출도 부진했다. 출시 2년차인 2001년 매출이 30억원이었고, 2009년까지 누적 매출은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자 회사는 2009년부터 생산을 중단하고 허가만 유지해왔다.

업계에서는 국산 신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시장성과 전 세계 기술 트렌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약 개발과정에 수십조원의 자본이 필요하고 십여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판 허가를 받는 것 뿐 아니라 이후 시장 내에서 퇴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품목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선플라주 이후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이 이어지면서 국산신약은 36호까지 나왔지만, 선플라주를 포함해 총 8개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기간이 걸리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면서 "국내 업계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장성을 갖춘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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