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비자(사증) 정책을 앞세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공조를 강화한 한미일 3국을 사실상 '갈라치기'하고 있는지 주목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중국 방문 비자 발급을 상당폭 제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항공편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세적 대외전략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강화하는 첫 수순으로 '한국·일본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각각 단기비자, 일반비자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중국을 경유하는 비자 면제도 중단했다. 중국이민관리국은 "최근 소수의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이러한 조치를 도입했다"고 공지했다. 중국 정부는 10일 한국, 일본 국민한 한정해 현지에 도착해 발급받는 비자(도착 비자) 발급 역시 중단했다.
이런 중국 측 조치가 중국의 코로나19 폭증을 감안할 때 객관적이고 과학적 조치였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은 한·일에 대한 중국의 비자 보복에 대해 "여행객 심사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은 오직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중국 측도 자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보복 대상을 물색한 결과가 한·일 대상 비자 보복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각국이 중국인에 대한 입국 문턱을 높이면서 중국 외교 당국이 자신들의 선명성을 부각할 보복 대상으로 한·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친 부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방역 조치와 관련해 '객관적·과학적' 태도를 요구한 뒤 나왔다. 최근 임명된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장관)은 중국에서 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 주미 중국 대사 출신인 친 부장은 최근 대미 유화적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어 중국의 대외 전략이 비자 사태에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온라인 매체 왕이에 따르면 량난 중국민항국 운수사사장은 10일 외국 상공계 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중국과 미국 항공사가 협정과 시장 수요에 따라 양국 간 항공편을 운영하여 인적 교류와 경제 및 무역 교류를 촉진하는 데 새롭고 더 큰 기여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친 부장도 이달 초 주미대사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트위터에 올리며 미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친 부장은 "중미 관계의 발전에 관심을 두고 지지할 것이며, 중미 대화와 양국 국민 간 교류와 상호이해를 촉진하고, 양국 간의 상호 존중과 평화공존, 상생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중국 측이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연두 업무보고에서 박진 외교장관에게 "우리의 방역정책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에 의한 자국민의 보호의 문제인 만큼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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