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업조직형태 다양화를 통한 민간중심 활력 제고

머니투데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23.01.13 02:05
안수현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하면서 경기둔화를 앞두고 거시경제 안정과 민생경제 회복 그리고 민간중심 활력 제고를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경우 민간중심 활력 제고는 무엇보다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 이해된다.

그런데 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회사형태만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까. 다른 나라를 보면 우리와 달리 다양한 회사형태를 허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예로 우선 최근 미국에서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들이 공익회사(Public Benefit Corporation)의 형태로 설립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의류기업으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와 운동화브랜드 올버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리법인으로서 주주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고려하는 점에서 전통적인 회사와 구별된다. 상장회사들조차 공익회사로의 전환을 고려하거나 자회사를 공익회사 형태로 두는 등 자발적 선택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공익회사의 설립이 가능한 데는 기업과 투자자의 수요를 읽은 회사법 정비의 신속함 덕분이다. 2010년 메릴랜드주에서 공익회사가 최초로 법제화된 이래 현재 40여개주에서 입법화돼 있다. 기업에 공익회사 형태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해 기업의 목적과 방향설정 및 투자자 유치확대와 아울러 환경·사회적인 가치추구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하게 하게 한 것이다.

한편 최근 국내외에서 관심이 높은 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DAO)도 미국에서는 유한책임회사로 설립할 수 있다. 관련 법제가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비록 탈중앙화 자율조직이 무엇인지 정의가 통일돼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스마트계약이라고 알려진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코드화한 규칙으로 자동운영·집행되는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계약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신뢰없이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본을 모을 수 있고 전형적인 회사형태인 주식회사의 이사회와 같은 곳에서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블록체인에 기반해 토큰보유자들이 제안된 투자사업에 투표를 통해 참여한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 이 같은 조직을 설립할 경우 그 법적 성격은 조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와이오밍주 DAO법(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Supplement) 또는 테네시주 DO(Decentralized Organization)법에 의해 유한책임회사로 설립이 가능하다. 입법을 통해 유한책임회사와 동일한 절차를 이용해 회사로 설립할 수 있고 유한책임과 법인격을 인정받으며 이해관계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익회사나 탈중앙화 자율조직과 같은 조직형태는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그 법적 성격이 불명확하고 설립이 쉽지 않다. 기술발전이 급변하고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수요가 다기화되면서 기업 목적에 맞게 조직형태를 다양하게 선택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정비가 함께 수반돼야 한층 효과적인 민간중심의 활력이 기대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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