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IPO(기업공개)의 발판을 얻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투자금으로 일년 넘게 제자리걸음이었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까지 더해 상장에 한 걸음 다가갈 전망이다. 확보한 자금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밝혔다. 투자에는 빈살만 펀드로 유명한 사우디라아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가 6000억원씩 참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가 역대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이며,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카카오 공동체에서 진행된 최대 규모 해외 투자는 2017년 카카오 본사가 유치한 1조8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이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는 조 단위 해외 투자가 이뤄진 사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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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프리IPO 추진…재무구조 개선·외형 확장 일환━
당초 업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중으로 상장을 완료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악화된 글로벌 증시 환경과 카카오 공동체의 문어발식 분할 상장에 대한 비판이 발목을 잡았다.
이를 벗어나고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하반기 약 18조원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약 1조원의 투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시장이 급랭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업가치를 다시 10조원대 수준으로 낮춰 투자를 진행했다. 이는 2021년 11월, 안테나의 유희열 씨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0.7%를 취득했을 때와 같다. 카카오 분기 보고에서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카카오엔터 누적 매출은 약 1조3751억원으로 이미 2021년 전체 매출(1조2468억원)을 앞질렀지만, 기업가치는 정체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 M&A로 부채마저 늘었다.
이번 투자 유치를 이끈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임에도, 유수의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엔터 전 분야를 아우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차별화된 IP 밸류체인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증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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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인수 여부도 촉각…우회상장 가능성 배제 못해━
한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확보한 자금을 카카오 공동체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 맞춰 글로벌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스토리 부문에서는 현재 진출해있는 북미·아세안·중화권 등에서의 K웹툰과 K웹소설 성장을 가속화하고, 미디어 부문에서는 '헌트', '수리남' 등 지난해 선보인 작품에 이어 세계 시장에 선보일 프리미엄 콘텐츠 기획·제작에 역량을 집중한다. 뮤직 부문에서는 K팝을 기반으로 아티스트 기획·제작·유통을 아우르는 글로벌 입지 다지고, 글로벌 음원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정부의 K 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츠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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