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월드컵'에서 팀을 결승까지 이끈 박항서 감독(64)이 "나는 평범한 감독"이라며 몸을 낮췄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9일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박 감독은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결승 각오를 밝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과 계약이 만료돼 이 대회가 자신의 '라스트 댄스' 격이다.
그는 "베트남은 지난 26년 동안 이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를 이기지 못했는데, 선수들에게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이 기록을 반드시 깨야 한다고 말해줬다"며 "결과적으로 결승에 올랐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약점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은 평범한 감독이라면서도 "우승을 위해 베트남의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우승으로 베트남 축구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이날 하노이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 준결승 2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이 대회에선 홈 앤드 어웨이, 즉 자국과 상대국을 번갈아 가면서 승부를 가린다. 박 감독은 앞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준결승 1차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무득점 0대 0으로 비겼다.
박 감독은 원정 경기서 득점을 못해 속을 태웠으나 홈경기인 9일 멀티골을 통해 1승 1무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그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또다른 변수는 10일 열리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준결승 2차전이다. 말레이시아가 결승에 오르면 한국인 감독끼리 우승을 다투는 명장면이 펼쳐진다.
이 대회는 종반으로 가면서 한국인 감독들의 돌풍이 주목 받았다. 4강의 네 팀 중 지난 대회 우승팀 태국을 뺸 세 팀을 한국인이 이끌었고 이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도 묘하다.
박항서 감독은 아시아의 히딩크란 뜻으로 국내에선 '쌀딩크'로 불린다. 그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코치로 2002 한일 월드컵에 기여했다.
월드컵 참여 성적은 박 감독이 제일 좋지만, 신 감독은 '국대 감독'을 지낸 경력이 있다. 김판곤 감독은 2022년 초까지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했고 그해 2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한편 이 대회는 과거 메인 스폰서 이름에 따라 스즈키컵으로 불렸고 흔히 '동남아 월드컵'이라고 할 만큼 이 지역에서는 비중있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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