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도시, 문 열어도…" 홍콩, 中 왕래 재개에도 못 웃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3.01.07 07:36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격리 없는' 자유로운 왕래가 오는 8일 재개된다. 3년간 굳게 닫혔던 국경의 개방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무너진 양측의 경제성장 회복에 날개를 달아줄 거란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국경 재개방에도 홍콩이 '금융허브'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대규모 인력·자금 이탈로 현재 홍콩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여행객들이 홍콩 국제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자금·인력 부족에 병든 도시, 국경 개방으로 해결 못 해"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팬데믹으로 병든 홍콩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며 중국 본토와의 왕래 재개가 홍콩 경제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홍콩 내 기업들은 3년이란 장기간의 폐쇄로 자금과 인력 부족이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국경 재개방으로 인한 경제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이전 홍콩은 중국 부호들의 주요 투자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초 홍콩 국경이 폐쇄되자 이들은 홍콩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회수된 자금은 지난해 초 국경을 연 싱가포르로 향했다.

전문가들은 홍콩 국경 개방에도 빠져나간 자금이 다시 유입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로 열린 고금리 시대와 경기침체 우려 전망이 부호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개인자산관리협회의 피터 스타인은 "거시적인 전망이 전반적으로 꽤 거칠기 때문에 올해 사업 전망에 대한 낙관론도 들리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대규모 인구 이탈은 홍콩 경제 위기를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홍콩 인구는 730만명으로, 최근 2년간 21만6000명이 줄었다. 이 여파로 홍콩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관광 업계의 인력 부족 사태가 심화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2년 11월2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주민들이 거리의 방역 요원들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홍콩과 중국 본토 간 문은 열리지만 일부 규제는 남아 있다. 존 리 홍콩행정장관은 5일 브리핑에서 홍콩발 중국 입국자 수 한도가 기존 매일 3000명에서 6만명 수준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팬데믹 이전 하루 평균 64만명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또 중국과 홍콩 당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의무 격리 방침은 해제하지만 출국 전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 방침은 남겼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로이드 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국경 재개방이 "관광, 소매 판매 및 기타 국경 간 경제활동에 대한 전망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국내 금융 상황의 긴축과 외부 수요 약화로 인한 역풍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홍콩 경제가 내년(2024년) 하반기까지 민주화 시위·팬데믹 이전인 2018년 4분기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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