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싫다던 푸틴, 갑자기 "36시간 휴전!"…속내가 뭘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3.01.06 10:34

정교회 성탄기간, 6일 정오~7일 자정 휴전…
'우크라 악마화' 선전·군 재정비 목적 추측,
"중요한 날 '수백명 사망' 피해 재발 우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36시간 멈추겠다고 선포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성탄절 휴전 제안을 "전쟁 이후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거부했던 그가 돌연 '시한부 휴전' 카드를 꺼낸 이유는 뭘까.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주요 서방국은 푸틴 대통령의 '임시 휴전' 선포를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악마화' 선전을 위한 홍보 도구이자 최근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본 러시아 군부대 재정비를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 크리스마스 휴전 제안은 거부했는데…


크렘린궁은 이날 오후 늦게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에 따라 러시아 정교회 성탄기간인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한국시간 7일 오전 6시)까지 36시간 휴전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교회는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만든 율리우스력을 사용해 성탄절을 기독교나 가톨릭보다 13일 늦은 1월 7일로 기념한다.

성명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교회를 믿는 시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휴전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도 그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성탄절을 12월 25일로 옮겨 기념하는 것을 허용했다. 또 러시아의 침공 이후인 지난해 5월에는 러시아 본교단과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휴전 선포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16일 만에 처음이고, 지난달 13일 우크라이나의 '크리스마스 휴전' 제안을 거부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마키이우카 동부 마을에 있는 건물이 1일(현지시간) 새벽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 하이마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사무기이다. /사진=트위터


"재공격 위한 '속임수'…평화 이용한 세계 기만행위"


우크라이나, 미국, 영국 등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첫 휴전 선포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첫 휴전 선포를 '속임수'라고 단정 짓고 거부했다. BBC·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러시아어로 "러시아는 정교회 성탄절을 '은신처'로 사용해 돈바스에 있는 우크라이나 부대의 진격을 잠시라도 막고, 러시아군 병력을 우리 지역에 더 가까이 두게 하려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휴전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도 병원과 유치원, 교회를 폭격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며 "그는 단지 숨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휴전 명령을 '부정적'(cynical)으로 있다며 "궁극적으로 재공격을 위한 것이다. 푸틴은 자신이 평화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세계를 기만하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이 새해 첫날 발생한 러시아 군사기지 미사일 공습 피해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정치분석가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대통령은 정교회 성탄기간 (새해와 같은) 큰 인명 피해가 반복되길 정말로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주요 명절인 정교회 성탄기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피해가 또 발생하면 푸틴 대통령은 물론 러시아군의 사기도 떨어져 이미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전쟁 승기를 다시 찾아올 수 없다고 판단, 휴전 선언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막으려고 한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도네츠크 마키이우카 동부 마을에 있는 러시아군 임시 숙소는 새해 첫날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습을 받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공습으로 러시아군 6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親)러시아 평론가들은 실제 사망자 수가 이보다 많은 수백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 분석가 파벨 루진은 러시아가 군사력 회복을 위한 휴식이 필요해 휴전을 택한 것으로 본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이를 우크라이나를 비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의 휴전령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인 만큼, 이번 선포가 종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휴전은 평화 전망을 진전시키는 것과 무관할 것"이라며 "러시아 군대의 영구적 철수,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불법 통제 포기 그리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야만적인 공격을 끝내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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