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23년 거시경제 전망'에서 영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유럽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GDP 성장률 -1.3%와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내년에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0.9%로 러시아(1.8%)에 뒤질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봤다.
세계 주요10개국(G10)과 비교해도 영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올해와 내년 G10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0.5%, 1.6%로 영국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영국뿐 아니라 독일 경제성장률도 올해 -0.6%, 내년 1.4% 등으로 G10 평균을 밑돌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온 배경에는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이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상 조치가 가계 소비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가정용 에너지 요금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오래 더 큰 폭으로 올랐고, 이것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불렀다"며 "이 같은 상황은 실질소득과 소비, 산업생산 전반에 부담을 줬다"고 지적했다.
영국 내부에서도 역사상 최악의 생활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예산책임처(OBR)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2022~2023년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2분기까지 영국인들의 실질소득이 3% 더 줄어들 것으로 봤다.
BBC에 따르면 실제로 영국인 수백만명이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저소득층에 식료품을 나눠주는 '푸드뱅크(무료급식소)'를 찾는가 하면 최근 수개월간 식사량을 줄이거나 끼니를 거른 사람들도 늘고 있다.
KPMG의 야엘 셀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와 식료품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린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단행돼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며 "영국의 노동시장은 올 상반기부터 악화해 내년 중반에는 실업률(지난해 8~10월 기준 3.7%)이 5.6%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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