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반등한 엔화, 일본 증시엔 악재? "韓 사고 日 팔아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3.01.05 05:07

역대급 저평가 상태였던 엔화가 빠르게 반등 중이다. 일본은행(BOJ)의 긴축 가능성에 엔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엔화 환차익을 노린 투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 기준 달러당 130.11엔으로 전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21일 150엔 대비 13.26% 하락했다. 달러당 엔화가 떨어졌다는 건 엔화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다는 의미다.

그동안 100~110엔 수준을 유지하던 엔/달러는 지난해 150엔을 돌파하며 역대급 엔저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을 진행하는 동안 일본만 유일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 저평가가 심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자 달러 강세는 주춤해졌고 이때를 기점으로 엔화도 강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이 엔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일본 국채 10년물의 금리 상한 범위가 기존 0.25%에서 0.5%로 상향된 것을 시장은 사실상 긴축으로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달러 강세를 유발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꾼다면 엔화로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 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일본은행을 이끌었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오는 4월 임기를 마치고 새 총재가 부임하면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종료되는 4월쯤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경제와 금융시장의 여파를 고려해 상당한 기간 동안 서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엔/달러가 과거 평균인 100~110엔 수준으로 회귀할 경우 엔화 가격은 지금보다 20% 가량 더 강해진다. 엔화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 선물이나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일본 증시와 엔화와의 상관관계다. 통상적으로 엔/달러와 일본 증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엔/달러가 하락(엔화 강세)하면 일본 증시도 하락하고 엔/달러가 상승(엔화 약세)하면 일본 증시도 상승하는 흐름이다.

실제로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약 20년 간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엔/달러 간 상관계수는 0.45를 나타낸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높은 정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수급적 측면에서 해당 국가의 통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 투자금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본 증시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출 기업의 비중이 높아 통화 강세가 일본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일본 증시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건 무엇보다 엔화 약세의 영향이 컸다"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일본 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엔화에 투자하는 방법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어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엔/달러가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려면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달러 약세의 조건인 경기 침체와 연준 피봇(입장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투자로 차익을 기대하기엔 엔화의 추가적인 강세 강도가 약할뿐더러 원화 역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원/엔 환율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엔/달러 하락이 크게 진행되는 동안에도 원/엔 환율은 지난해 11월 저점 이후 4.85% 소폭 반등에 그쳤다.

엔화 강세를 이용한 투자전략으로는 한국 기업과 수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주식을 매도하고 반대로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이 있다. 원화 대비 엔화가 강해지면 수출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원화 대비 엔화 강세가 나타날 경우 월 평균 주가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철강과 조선"이라며 "수출 경합도가 높은 '대한유화 롱(매수)-미쓰이화학 숏(매도)' 전략이나 'SK하이닉스 롱-소니 숏' 전략의 성과가 좋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에 투자할 때에는 일본 금리 인상 수혜주인 은행업종이 유리할 전망이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은행 ETF(상장지수펀드)인 '토픽스 뱅크'(TOPIX BANKS ETF)는 최근 한 달 간 18.9% 상승했다.

환차익을 노리려면 원/엔보다 엔/달러 베팅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엔화 ETF로는 '인베스코 커런시 셰어즈 재패니즈 엔 트러스트'(Invesco CurrencyShares® Japanese Yen Trust, 티커 FXY)와 '프로셰어즈 울트라 엔'(ProShares Ultra Yen, YCL)이 있다. FXY는 엔 가격에 1배, YCL는 2배 연동하는 상품이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5. 5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