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변화한 '금리 적응' 고민해야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 2023.01.05 02:02
이종우 경제 평론가
2~3년 전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이란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으니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 경기를 끌어올리자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만큼 금리도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 거라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2% 밑에 있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10%를 바라볼 정도로 변동이 심한데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다니 말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이 이론은 자취를 감췄다. 현대화폐이론이 거론된 것은 중앙은행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된다. 중앙은행의 제1역할인 물가안정은 잊힌 존재가 되고 그 자리를 경기조절이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금리가 상승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현대화폐이론이 나올 때 생각에 머물러 있다. 조만간 금리인상이 끝나면 곧바로 인하가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 낮은 금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기대가 타당할까.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5~4.0% 사이에 머물러 있다. 1900년 이후 120년 동안 미국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적은 많지 않다. 1900년대 초 2~3년, 그리고 대공황 이후 20년,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발생 이후 15년이 그에 해당한다. 전부 합쳐 40년 정도인데 나머지 80년은 금리가 지금보다 높았다. 지금 금리가 과거와 비교해 부담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경제상황이 바뀌어 과거 사례와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120년은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제상황이 포함된 기간이다. 경제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물가가 높을 때와 낮을 때, 심지어 위기가 발생했을 때까지 모두 들어가 있어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지금 금리가 이런 상황을 모두 포함하는 중간점 정도에 있다는 것은 금리가 균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된다.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올해 금리인하도 없을 것이다. 금리를 한두 번 내려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5%까지 인상하더라도 시장금리는 더이상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는데 두 금리 사이의 차이가 큰 만큼 금리를 인하해도 시장금리의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금리가 적정수준이라면 이제는 변화한 금리에 대한 적응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올라 이자비용이 늘어도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금리가 다시 내려와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현재 수준에 머물 경우 이 가정은 성립할 수 없다. 지금의 이자부담이 계속되므로 부채규모를 줄이는 게 이자부담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자산선택에서 채권의 비중을 높일 필요도 있다. 괜찮은 회사가 5% 넘는 금리를 지불하는데 채권을 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리는 자산의 구조를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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