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커머스 업계의 화두는 '수익성'이다. 고물가와 금리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만큼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로켓배송 론칭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거뒀다. 영업이익은 1037억원(7742만달러, 분기 평균환율 1340.5원 적용)였고, 매출액은 51억 달러로 전년비 10% 증가했다. 사상 최대 매출액이었다. 그러나 e커머스 업계의 상황은 정반대다. 쿠팡, 네이버를 제외한 e커머스업체는 출혈 경쟁으로 적자를 키워가는데도 점유율은 하락하는 지경이 됐다. 업계 3위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662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가 두배 규모로 늘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사업부인 롯데온 역시 지난해 상반기 적자가 950억원으로 매출액(520억원)을 웃돌 정도였다. e커머스가 '공격적 확장'에서 '수익성 추구'로 선회한 이유다.
대다수의 e커머스업체는 쿠폰, 적립금, 무료배송 등을 통해 프로모션에 힘쓰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줄여 적자 규모를 줄이려고 시도한다.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꼽히던 위메프, 티몬이 일찍이 이 같은 전략을 채택했다. 11번가도 마찬가지다. SSG닷컴, 롯데온, GS리테일의 GS프레시몰 등도 성장에서 수익으로 무게를 옮겨 왔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e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한 직매입, 풀필먼트 서비스, 판매 솔루션 등을 제공하며 성장해 왔으나, 엔데믹 국면이 되면서 오프라인으로 소비가 이전되고 금리 인상도 계속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모델에 변화를 줄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성장을 기반으로 IPO(기업공개)를 하거나 외부투자를 유치하던 시절도 지나갔다. 지난해 하반기 IPO를 추진했던 컬리는 결국 상장을 연기했고 11번가, SSG닷컴 등 IPO를 계획하고 있는 업계도 시기를 조율중이다. 반면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심리는 움츠러들었다. 오히려 성장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동덕여대 교수)는 "투자 시장이 좋지 않은 만큼 e커머스는 쿠팡처럼 올해 회원비를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어느 한 절대 강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합종연횡 식으로 M&A(기업의 인수·합병) 사례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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