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韓, 역사적 기회 온다…세계경제 중심은 동아시아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 2023.01.02 04:07

중국 싱크탱크 CCIEE 장옌성 수석연구원 '신년 인터뷰'…
"'미국+유럽' 규모 될 중국 소비력, 아시아에 의지할 것"

2023년 세계는 불확실성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인플레이션 지속 또는 종료, 미국 등 자유 진영과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 구도, 식량 안보,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과 세계적인 방역 불안까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 영구적 위기)'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중국이다. 상수였던 '제로 코로나'가 '위드 코로나'로 순식간에 바뀌면서다.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큰 한국에는 어떤 미래가 열릴 것인가.

장옌성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연구원(사진)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2023년 중국 경제가 5%를 뛰어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루는 동시에 앞으로 30년, 한국에 엄청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견했다.

CCIEE는 중국 경제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산하 싱크탱크다. 장 연구원은 발개위 산하 대외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경제학자로 중국 내 국제금융 및 대외무역 전문가로 통한다.

인터뷰는 확산일로인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지역 내 정치적 리스크…"한·중·일 협력 매우 중요"


장 연구원은 올해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3년) 성장률 목표치를 지금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 기관들이 예상하는 5%보다는 분명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산하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은 5.1%, 상하이 재경대학 고등연구원은 5.4%를 예견했다. UBS,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같은 곳들은 5~5.8%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완전히 정상궤도로 돌아오면 2035년쯤 중국 소비 시장이 미국과 유럽을 모두 더한 규모가 될 거라고도 했다. 장 연구원은 "지금은 한국으로서는 얻기 힘은 '역사적 기회'가 열렸다"며 "과거 40년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기회를 얻었는데 앞으로 과거를 뛰어넘는 진정한 기회가 한국 기업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거는 기술의 진보다. 그는 "중국이 앞으로 기술 방면에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며 "삼성 같은 기업뿐 아니라 에너지, 녹색, 디지털 혁명에서 많은 기회가 열리고 내수 관련 제품과 산업들도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한국일까. 그는 글로벌 공급망 지정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의존해왔지만, 이제 내수와 동아시아에 집중할 거라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시장과 수요, 공급, 혁신, 서비스, 자본, 금융, 통화 협력까지 동아시아에 더 많은 기댈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 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여준다"며 "중국과 일본, 한국 기업에 역사적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단, 조건이 있다. 이해 당사자 간 역내 리스크 관리다. 장 연구원은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외세를 이용하는 것, 두 번째는 역내 문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라며 "앞의 것은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두 번째 평화적 해결 방법은 경제 발전인데 한·중·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예로 들었다. 중국과 일본은 무관세 비중이 8%인데 이것이 90%까지 높아져 결국 두 나라 경제가 하나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가 잘 마무리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동아시아 중요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낙관론의 전제는 중국의 의심할 여지 없는 성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안경을 고쳐 쓰게 한다. 경제가 마비되면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지방정부들 돈줄이 말랐다. 공동부유 압박 속에서 대기업은 활력을 잃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장 연구원은 "대다수 지방정부 사정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관건은 원래 상태로 복원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중앙정부 자산 부채 상황이 좋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별국채, 지방채 발행은 물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정을 이전하는 것도 역시 가능하다"며 "중국은 미국과 달리 돈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내 자산부채 문제 해소와 도시화 과정에서 부동산 산업 지지를 강조했다"며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장기적으로 양호한 발전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으로, 이에 대한 중국 정부 의지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대기업 규제의 경우 성장통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했다. 장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IT 산업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지 플랫폼 경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고 규제는 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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