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009년 CES부터 단독 부스를 마련해 매년 참가했다. 가전·IT 박람회인 만큼 완성차 기업이 이곳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슈였다. 그러나 자동차에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부터 다양한 편의 기능이 들어가면서 자동차=전자기기라는 인식이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GM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과 함께 정의선 회장이 같이 등장하는 등 전기차는 물론 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데 힘썼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불참하는 이유로 업계에선 '이미 보여줄 건 다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CES 때마다 단순 신차·신기술 발표가 아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던 현대차였던 만큼 이번 CES에 부스를 마련할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부에서 내렸다는 것이다. 2023년엔 숨 고르기 한 후 차기 CES부터 다시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에 닥친 대외적 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지난 8월 발효된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으로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7500달러(약 95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2023년부터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예고되면서 한참 잘 팔려야 할 시기에 미국 시장의 전기차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수십억 원에 달하는 CES 비용을 감당하며 미래 청사진을 알리는 것보다 당장 눈앞에 온 위기를 극복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다수의 연구원은 CES에 참가해 모빌리티 시장 트렌드를 점검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바통을 받아 그룹 대표 선수로 출전한다. 현대모비스는 CES 참가 이래 최대 규모 부스(780㎡)를 마련했다.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콘셉트 모델 엠비전 TO와 엠비전 HI를 공개할 방침이다.
엠비전 TO는 전동화 시스템 기반 자율주행 차량이다. 차량의 전, 후측 면에 위치하는 4개의 기둥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등 센서와 e-코너 모듈, MR(혼합현실)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탑재했다. 엠비전 HI는 레저와 휴식, 아웃도어 목적에 맞게 개발된 PBV다. 차량 유리를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영화 감상이나 인터넷 쇼핑 등을 할 수 있다.
'자동차 공룡'이 빠지자 이번 CES가 평이해졌다 지적도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자동차 산업 내 주요 주제들은 혁신적인 개념·기술 소개보다는 기술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 위주"라며 "참여 기업들도 CES 2022 행사보다 무게감이 약해 전체적으로 평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 업종 내 새로운 기술적 모멘텀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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