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오피스텔 1주 50만원"…보증금 없는 '주세' 매물 뜬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2.12.30 05:20
한 프롭테크에 소개된 '주세' 매물.
삼성동에 직장을 둔 30대 초반의 A씨는 프롭테크 앱에서 평소 눈여겨보던 회사 인근 오피스텔이 '주세'로 나온 걸 확인하고 이사를 고심하고 있다. 인근 원룸 오피스텔 전세보증금이 최소 3~4억원인데 보증금 없이 1주당 46만원만 내면 된다니 구미가 당긴다. 목돈을 들이지 않고 강남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살아보고 임대료가 부담되면 언제든 주 단위로 이사를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중심으로 보증금이 없이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주세'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도 보증금을 최소화한 단기 렌트 매물이 있긴 했으나 고금리와 전세 사기 피해 우려로 월세 비중이 높아지자 아예 보증금이 없는 '주세'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

강남구 논현동 대로변의 B 오피스텔 원룸은 한 프롭테크 앱에 임차료가 1주당 50만원에 나와있다. 보증금이 없이 주 단위로 임대료를 지불하면 된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200만원. 1룸 오피스텔 치고 부담이 크지만, 침대와 가구가 갖춰진 풀 옵션에 보증금이 없어 목돈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의 문의가 많다.

한 프롭테크 관계자는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고 1~2룸 소형 주택은 어차피 월세가 대세였다"며 "이제는 월세도 모자라 보증금이 없거나 있어도 한 달 월세 수준인 주 단위 단기임대가 도입되고 있는데 일반 월세보다 다소 임대료가 높아도 보증금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의외로 수요가 많다"고 했다.

역전세 속에서도 월세 시세는 꾸준히 올라 올해 월 100만원 이상 고가월세 실거래는 8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4.8% 늘어난 수치다.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도 가파르다. 전세가 하락에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진 데다 금리 급등으로 월세가 금융비용보다 낮아져서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거 형태가 다양해진 점도 작용했다.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휴양과 일을 병행하며 한 달 사는 '워케이션'을 연결해주는 프롭테크 앱들이 급증한 것. 아파트나 심지어 호텔에서 한 달을 살 수 있게 중개해주는 리브애니웨어, 삼삼엠투(33㎡) 등이 대표적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주세가 나쁠 게 없다. 보증금을 안 받거나 최소화(통상 한 달 치 월세 수준) 하되, 매주 그만큼 임대료를 더 받으면 늘어난 이자 부담과 보유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계약 단위의 전월세는 임대차보호법으로 최소 4년(2년+갱신2년) 간 매매가 어렵고 임대료도 연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제한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주세는 초단기 임차 상품이다 보니 임대료 상승기에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단기 급등할 수 있다. 주거 편의는 높아도 주거 안전성에는 역행한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를 비롯해 주세가 일반적인 국가에선 임차인의 내집 마련이 보다 어렵다. 매주 임대료를 지불하려니 목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주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1인 가구 중심의 소형주택뿐 아니라 추후 주세가 주택 임대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는다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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