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코앞에 다가왔다"…5개월 연속 경기지표 '빨간불'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 2022.12.29 15:09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11월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10% 넘게 급감하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소비마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등 악재들도 경기에 여진을 남기고 있다.

향후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하락세이며,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산업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1% 증가한 115.3으로 집계됐다. 5개월 만에 반등이지만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치료제 구입으로 공공행정 생산이 전월대비 2.1%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평가다.

우선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생산이 전월대비 11% 감소하며 3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감소폭은 지난 8월(-12.8%) 이후 가장 컸다. 반도체 생산설비 가동률도 12%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것은 세계 경기 둔화로 IT(정보통신) 수요가 함께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며 자동차 생산이 9% 늘었으나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지속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재고가 늘었다.

전체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0.4%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 등 영향을 받아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서비스업 중 대면서비스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한국 경제를 떠받쳤던 소비 또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8% 감소했다. 내구재(-1.4%)와 준내구재(-5.9%), 비내구재(-0.5%) 모두 감소했다. 금리인상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상대적으로 따듯했던 지난달 날씨 또한 난방제품과 의류 수요를 줄였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1월 전월비 0.2포인트 감소하며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7포인트 내리며 2020년 5월(-0.8포인트) 이후 가장 크게 내렸다.


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분기(6개월) 연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경기가 전환되는 신호로 판단한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에서 2분기 연속 GDP(국내총생산)이 감소하면 경기침체로 판단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경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 등의 재고가 늘어나는 등 영향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정량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치료비 구입이 늘고 자동차, 기계장비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중국 봉쇄조치 여파로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생산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경기하강,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 등은 수출과 투자, 내수에 이미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회복되고 중국이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나 수출감소세가 지속되고 반도체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여전한 것은 소비와 투자를 억누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경기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정을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위해 상반기 중 역대 최고 수준인 65% 이상 신속히 집행하도록 하겠다"며 "상세한 재정 신속 집행 계획은 다음 주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매우 어렵고 특히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내년 상반기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년도 예산이 법정시한(12월 2일)을 3주 이상 넘겨 국회를 통과해 아쉬운 측면은 있지만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1월 2일부터 재정을 즉시 집행해 하루라도 빨리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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