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한 여고생들…경찰 "옥상 문 잠가라" vs 소방 "열어라", 왜

머니투데이 원동민 기자, 김도균 기자 | 2022.12.30 10:08
지난 27일 오전 11시 30분서울 동작구의 한 오피스텔 옥상 문에 설치된 자동개폐장치. /사진=원동민 기자

#이달 26일 인천시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서 여고생 2명이 추락사했다. 건물 CCTV(폐쇄회로TV)에는 두 학생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옥상에선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두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사고가 발생한 오피스텔 옥상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장소로 평소 문을 잠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 2018년 7월 전북 군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 7명은 옥상으로 대피한 덕분에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옥상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나 청소년 비행 등을 방지하려면 닫아야 하지만 화재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해선 열어야 한다. '옥상 문 딜레마'다. 전문가들은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해결책으로 제안하지만 구축 아파트의 경우 관리가 미비한 실정이다.

2016년 개정된 주택건설기준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의 경우 의무적으로 옥상 문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는 평소에 잠금 상태를 유지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2016년 이전에 건설된 구축 아파트의 경우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등 유관부서도 공동주택 자동개폐장치 설치 현황 통계를 별도로 수집하지 않아 실태 파악도 쉽지 않다. 2020년 군포시 화재 이후 소방청에서 전국적으로 아파트 옥상 문 피난 안내용 표지와 자동개폐장치의 설치를 독려한 적이 있지만 정기적인 지도는 아니었다.

지난 27일 낮 12시 30분쯤 서울시 동작구의 한 아파트의 폐쇄된 옥상 문. /사진=원동민 기자

지난 27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살펴본 서울 동작구 일대의 아파트 5곳(2016년 이전 준공 ) 가운데 3곳은 옥상 문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 중 두 곳은 옥상 문이 상시 폐쇄돼 있었고 다른 한 곳은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준공 이후 30년이 돼 가는 이 지역 한 아파트의 관리인은 "경찰은 닫아놓으라고 하고 소방은 열어놓으라고 한다"며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라는 지침은 따로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개폐장치의 설치가 옥상 출입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구축 아파트에서는 화재 방지 시설과 연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면 옥상 문 근처에 열쇠함을 설치하는 등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축 아파트에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최근 지은 건물은 방화문이나 경보기 등 화재가 발생하면 작동하는 기능이 자동화된 반면 구축 아파트는 그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단순하게 장치만 구비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설비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시에 강제로 문을 열 수 있는 열쇠함을 옥상 문 근처에 설치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며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좋지만 예비적인 방법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이란 것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지 강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자동개폐장치 설치 홍보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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