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만원→50만원"…웃돈 줬던 그 가전도 '반값' 됐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12.21 05:24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가전 불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졌다. 반등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던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구매력이 워낙 큰 폭으로 저하된데다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 등 주요 행사의 매출 증가 폭이 크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시기 가전업계의 실적을 견인하던 '펜트업'(보복)소비까지 실종되면서 대대적인 조직·제품군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6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3226억원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가전 부문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문의 이익이 줄고, LG전자 H&A 사업부문은 56개 분기 만에 적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요인으로는 대형 할인 행사의 매출 증가폭이 예상보다 적었던 반면 마케팅 비용은 증가했고, 주 시장인 유럽의 주택 시장 침체, 원가 인상 등이 꼽힌다. 가전의 교체 수요가 증가하는 부동산 거래가 줄고 소비자 구매력은 하락했는데 원가는 계속 오르는 것이다. 내수 시장도 침체됐다. 통계청은 지난 3분기 가전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다고 집계했는데, 4분기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불황의 돌파구로 기대됐던 '혁신 가전'도 판매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이동형 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은 출고가 119만원에서 인터넷 최저가 기준 5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됐으며,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는 출고가 59만원에서 3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LG전자의 틔운 미니(19만 9000원)도 14만원대, 스탠바이미(109만원)도 80만원대로 하락했다. 모두 출시 당시 '웃돈'을 붙여서 구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가전 제품이다.

업계는 판매 가격 하락 폭과 기간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크고 빠르다고 지적한다. 출시 기간이 지나면서 가전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연초 인기를 끌던 제품의 가격까지 하락하는 것은 가전 시장의 수요 감소를 방증한다는 의미다. 불경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냉장고·TV·세탁기 등 전통적인 백색 가전뿐만 아니라 젊은층이 주로 소비하는 소형 가전의 판매까지 줄었다.


물가가 인상됐지만 임금 인상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구매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당분간 이같은 비필수 가전 구매 기피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가구당 흑자액은 114만 8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최저치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도 가전 판매액 증가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예상보다 할인 행사 효과가 미미한데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이 컸다"라고 말했다.

주요 가전업체는 조직을 개편해 장기 불황 대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생활가전사업부 이동시 격려금 2000만원과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초과이익성과금(OPI) 선택권을 지급하는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활가전 전담 연구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LG전자는 지난달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에 '솔루션' 개념을 적용해 조직명을 변경했다.

가성비가 높은 가전제품으로 불황을 넘겠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LG전자는 동급 모델에 비해 반값 수준인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54만 9000원)을 내놨다.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판매량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TV 브랜드 '네오 QLED'에 처음으로 43인치 제품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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