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가 도로 정비 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공간의 재분배'다. 방과 후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간인 학교를 교육시설 등으로 개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격인 CAP(Cours d' Adultes de Paris)는 프랑스어, 각종 외국어, 그래픽 및 프로그래밍 등의 교육을 제공하는데, 교육 장소 중에는 초·중학교 시설이 포함돼 있다.
'15분 도시' 프로젝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소르본대 산하 기업가정신·지역·혁신 연구소(Chaire-ETI)의 도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한승훈씨도 이 CAP를 통해 주거지 인근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었다. 한승훈 디자이너는 "이런 서비스를 위해 구청 등의 일부 공간을 사용하거나, 새 건물을 짓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파리시는 과거에 쓰던 거대한 공간을 재활용해 공유 오피스, 보육시설, 상점, 스포츠센터 등을 넣는 일련의 작업들 역시 진행하고 있다. '15분 도시'에 필요한 거주(Living), 업무(Working), 생활서비스공급(Supplying), 건강(Caring), 학습(Learning), 여가(Enjoying) 6가지 요소를 '새로운 인프라 건설'이 아닌 '동네의 재발견'으로 채워넣는 방식이다.
실제 19구에서 카페트 등을 보관하던 대형 창고를 개조한 호자 파흑스(Rosa Parks), 3구의 관청 건물을 재활용한 모흘랑(Morland) 등이 대표적 예다. 직접 찾아보면 우리나라의 멀티플렉스에 보다 '공공'적 요소가 가미된 모습이었다. 식료품 등의 쇼핑은 물론, 탁아소에 아이들을 맡긴 후 공유오피스에 출근하는 것, 운동 등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 모두가 가능하다.
한 디자이너는 "'15분 도시'는 베드타운이나 대형몰을 만드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라며 "파리에서는 과거 만들어진 대형 건물들의 경우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서비스들로 활용하는 추세다. 건물의 다목적 활용은 '15분 도시'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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