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경제 성장에는 TSMC, 미디어텍 등 반도체·IT업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3분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TSMC의 주식 41억 달러어치를 사들인 것도 대만 기업의 경쟁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우리에게는, 왜 삼성전자가 아닌 TSMC였을 까라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대만 경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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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일본도 잡고 동아시아 1인당 GDP 1위━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에 비해 대만 달러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등 각국의 환율 변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대만의 1인당 GDP가 19년 만에 한국을 넘어서는 건 의외다. 특히 일본까지 제치고 동아시아 1위를 차지하는 건 더욱 그렇다.
2015년만 해도 대만의 1인당 GDP는 2만2750달러에 불과했다. 한국(2만8740달러)보다 약 20% 적었으며 일본(3만5010달러)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만의 1인당 GDP가 서서히 증가하더니 2020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단숨에 한국과 일본을 제칠 전망이다.
올해 IMF가 전망한 대만 경제 성장률도 3.3%로 지난해보다 차이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2.6%)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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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디어텍 등 대만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IT산업 ━
2위는 폭스콘(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 458억 달러), 3위는 미디어텍(글로벌 최대 AP업체, 369억 달러), 그리고 9위는 글로벌 파운드리업계 3위인 UMC(182억달러)가 차지하는 등 반도체·IT기업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부터 살펴보자. TSMC가 이끄는 반도체 산업이 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6.1%로 1위, 삼성전자는 15.5%로 2위를 차지했다. 양 사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 2분기(37%p)보다 확대된 40.6%p를 기록했다. 3위도 대만업체인 UMC(6.9%)가 차지했다.
연초 TSMC는 올해 400억~45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올해 대만 GDP 예상치(8287억달러)의 약 5% 수준이다. TSMC가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디어텍도 대단한 회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모바일AP(모바일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미디어텍은 점유율 39%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퀄컴(29%)이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6%로 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U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3위다. 초미세공정에 집중하는 TSMC와 달리 22/28나노미터급 성숙공정에 집중하면서 대만 파운드리 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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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각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
이에 대해 지난 11월 대만은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키며 반도체 등 기술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존 15%에서 25%으로 상향키로 했다. 설비투자(CAPEX)에도 5%의 세액공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미국으로 가지 말고 대만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미국, 대만뿐 아니라 미국의 집중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까지 약 1조 위안(약 185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도체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반도체 특별법'은 8월 발의된 후 4개월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기업 기준 6%에서 20%로 상향하는 것과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증원 허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산업을 업고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선다. 한국이 다시 앞서가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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