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 혹한기, 위기라는 이름의 기회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 2022.12.15 03:30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벤처캐피탈(VC)을 비롯한 외부 신규 투자는 대폭 줄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던 바이오 기업들의 인기도 꺾였다.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잠재력 만큼 위험부담도 큰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내년 역시 녹록지 않은 분위기가 전망된다.

자본시장의 침체는 바이오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심이 더 싸늘하게 식은 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0~2021년 증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침체기를 겪었다. 다만 바이오 업종 분위기는 이상할 만큼 뜨거웠다. 너도나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례 없는 신종 감염병 확산 속 진출 선언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치솟았다.

진단키트 기업들의 실제 성과도 있었지만, 치료제·백신 분야에선 대부분이 제자리걸음 중이거나 개발을 포기했다. 드물게 개발에 성공한 사례 역시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으로 전환되면서 치료제나 백신 관련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고 기업가치도 급감했다.


이는 신약 개발에 유독 긴 시간과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산업 특성과 맞물려 '바이오 거품론'을 부추겼다.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개발에 성공했을 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단 장점 보다는 장기간의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는 바이오산업의 약점이 부각된 것이다.

다만 차갑게 식은 최근의 분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팬데믹(대유행) 시기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과도한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이 한 풀 꺾이면서 잃었던 냉정함을 찾았기 때문이다. 얇아진 지갑에 깐깐해진 투심은 보다 철저한 기업 검증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유망 신약 개발에 매진 중인 기업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산업계에도 자정의 기회가 주어졌다.

바이오산업은 여전히 전 세계 국가들이 꼽는 신성장동력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유망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공격적 인수합병(M&A)과 차세대 치료제로 꼽히는 유전자·세포치료제 투자 확대 등은 이를 뒷받침 한다. 국내 역시 신규 대기업의 산업 가세로 미래가치를 입증하는 중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온다. 바이오산업의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그 가치를 대하는 자세는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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