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 3차 대회에서 최종 1위를 차지했다. AI와 로보틱스를 활용해 복합 재난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회에서 게임사가 175팀 935명 중 1위에 오른 것이다. 4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3년 연속 2위를 기록한 엔씨는 최종 단계에서 끝내 1등을 거머쥐었다.
다른 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드론비행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시행착오를 줄인 덕분이다. 수상 주역인 비전 AI 랩의 김민재 실장과 이영현 Recognition팀장, 이주성·김영백 연구원을 경기 성남시 엔씨 사옥에서 만났다. 2018년 출범한 비전 AI 랩은 카메라로 찍은 영상·사진에서 정보를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연구한다.
━
8분 내 5개 방 탐색 미션…"1등하겠다는 오기 생겼다"━
이 연구원은 "주어진 이미지를 1~2시간 내 분석하는 기존 대회에 달리, 이번 챌린지는 드론이 날며 문제를 해결해야 해 소프트웨어 외에도 통신·하드웨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라고 회고했다. 김 연구원도 "임베디드 보드(특정 기능만 수행하도록 제작된 보드)라는 제한된 리소스에 큰 AI 모델을 넣으면 드론이 동작을 멈춘다"라며 "이 때문에 AI를 최적화·경량화하는 게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비전 AI 랩은 7개월간 14번의 실전테스트를 진행했다. 경기도 화성드론전용비행시험장을 따로 대여했을 정도다. 이영현 팀장은 "계속 2등만 하니까 1등을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라며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도 성능 높은 비전 AI 기술을 확보한 데다, 드론이나 서버에서도 잘 동작하는 알고리즘을 만들면서 플랫폼 이해도도 높아졌다"라고 강조했다.
━
사람 표정·몸짓 이해하는 디지털 휴먼 개발 '박차'━
이번 챌린지에서 쌓은 AI 경량화·최적화 노하우도 디지털 휴먼에 필수적이다. 김 실장은 "한 서버에 대화·동작·인지 등 사람 뇌에서 하는 모든 기능을 다 구현해야 하는데, 크고 좋은 모델만 집어넣으면 실시간 처리가 요원해진다. 질문을 듣고 대답하는 데 10초까지 걸릴 수 있다"라며 "각 모듈을 최대한 경량화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게 필요한데 이번 챌린지로 미리 경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휴먼의 외형을 만드는 것도 비전 AI 랩 역할이다. 그래픽과 딥러닝 기술을 합친 뉴럴 렌더링 기술의 등장으로 2차원(2D) 이미지를 3D로 쉽게 생성할 수 있어서다. 김 실장은 "기존엔 3D 모델링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으나, 요즘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저가의 장비나 적은 시간으로도 3D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라며 "디지털 휴먼 제작 방식을 새롭게 대체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가상인물 외형 만드는 딥페이크…"긍정적 활용방안 많아" ━
특정 인물의 얼굴을 AI로 합성한 딥페이크도 나쁜 기술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 실장은 "내부에선 딥페이크를 '페이스 스왑' 기술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동작을 여러 사람의 얼굴로 표현하는 등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며 "엔씨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 가상인물의 영상제작을 위해 딥페이크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